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벽안의 스님이 구도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 이 책을 읽다 보니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우선 한국 불교의 깊이와 크기의 불가사의함. 우리는 얼마나 우리 것을 모르고 부끄러워했던지. 숭산 큰 스님같은 세계적 스승을 모르면서 절집 입장료나 올려대는 욕심꾸러기 스님들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나 한국 불교의 깊이가 들려주는 깊은 울림에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큰 스님의 '선의 나침반'을 구해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하나의 감정은 역시 외국인의 시각이 객관적이다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여러 뭉치로 조각난 민족인지 우리는 나뉘어 있으면서 느끼지 못하지 않았는지. 남과 북으로 빈과 부로 가진자와 못가진 자로 즐기는 자와 즐기지 못하는 자로 새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을 믿는 자와 불안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로, 진리를 찾는 이와 독선적 교회에 빠진 사람들로...

우리의 자존을 지키면서 분열상을 극복하기에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다만 그의 화려한 출가 이전이 계속 부럽고 조금 아까운 것은 진리를 모르는 나의 어리석음의 소치일 것이다. 달빛은 못 물을 뚫어도 젖지 않고, 대나무 그림자 뜨락을 쓸어도 먼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