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화를 안 내면 마음이 평화롭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목적은 평화롭기 위해서고,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럼, 소금이 몸에 나쁘고 매운 음식이 위에 나쁘다고 해서 소금도 없고, 양념 간도 안 된 음식을 먹으란 말인가. 그럴 순 없다. 대부분의 화는 나 스스로에게서 나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나는 잘 해보고 싶은데, 우리반 어떤 녀석이 결석을 하고, 밥먹듯이 지각을 한다. 그러면 화가 난다. 다른 반은 자습을 잘 하는데, 우리 반은 떠든다. 그래도 화가 난다. 마치 내가 뭘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사는 데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건 필요악일게다.

그런 걸 다스리라는 말씀이다. 물론 다스려 지면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화가 날 것이다. 화가 나는 나에 대해서. 화를 내면 안 되는데, 화를 내야 되기 때문에. 오죽하면 한국 여성들의 병중에 hwa-p'eong[화병]이라는 병이 다 있을까.

모순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화도 많이 날 일이다. 그럴 때 화를 내지 못한다면 병이 된단 말이다. 화를 내는 방법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나 예술로 승화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혼자서 글을 쓰든지, 혼자서 마구 욕을 퍼붓든지, 아니면 들어 주는 사람 있으면 막 떠들 일이다. 화는 풀리게 마련이다.

화를 내면 화는 쉽게 풀린다. 문제는 누구에게 화를 내느냐이다. 결국 화를 내기 전에 좀 참아야 할 게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줄 종이나, 내 얘기를 들어줄 편지나, 내 얘기를 들어줄 마누라가 있다면, 떠들 것이다. 화를 내면서, 그러면, 마누라는 그럴 거다.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나는 이렇게 변명할 거고. 화를 내는 게 아니고 신경질이 나니깐 그렇지...

화는 그렇게 푸는 것이다. 암튼, 화의 본질보다는 화를 잘 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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