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의 비밀
김환희 지음 / 새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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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는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간 줄기차게 미당을 문학 교과서에서, 문제집에서 다루어 왔지요. 그의 화사집부터, 춘향유문, 국화 옆에서까지. 그의 언어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시어들이 한 세계를 이루어 낸 명작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의 친일 시작품들과 독재에 보인 몸짓은, 그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시작들을 미당을 공식적인 자리에 자리매김하기 어렵게 합니다.

작년 수학능력 시험에도 나왔던 그의 시가, 이제 아이들의 머리에서 지워져야 할까 두렵습니다. 그의 아름답고, 적확한 인생의 묘사들은, 그의 말로 끝났으므로, 정말 치명적인 한계를 갖습니다.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고, 미당의 시를 감상하면서, 이런 관점도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럴싸한 언어보다는 온몸으로 살아내야 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 둔다면, 미당의 삶과 글이 비록 동떨어진 세계였지만, 그의 작품들이 소중한 우리 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작가는 미당을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문학은 올바른 삶을 올바른 언어에 담아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동감하면서도, 우리가 사랑했던 미당의 시 세계- 그의 언어의 세계가 잊혀지지 않길 바랍니다. 사랑이란, 그 사람이 미워해야 할 이유가 생겨도,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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