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이나 인터넷 책 사이트에서 널리 알려진 글이었지만, 관심 분야가 아니어서 보기를 미루던 책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왔고, 지금도 불안하며, 앞으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으면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인지 마음이 아팠다.

사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단 한 가지다. 변화는 언제든 생길 수 있으니, 늘 준비하라.

그러나, 과연 우리에게 치즈는 있었던 것일까? 우리의 거품 경제에서 거품이 걷히는 지금, 그 속을 제대로 꿰뚫어본다면, 무엇이 남아 있을까. 경공업과 전자산업까지 우리의 목숨줄이었던 경제 기반은 중국과 몇 나라의 후발 중진국에 내어 준 채, 박세리의 우승 소식처럼 허공에 뜬 자존심만 남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분하는 것이 아닐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즈가 주는 교훈보다는 우리 선배들이 살아온 치열한 삶은 고소한 치즈였다고 하는 망상을 일깨우는 것이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정말 치열한 삶이 시작되는 것은 지난 몇 십년의 거품경제가 아니고, 이제부터 일것이다.

우리에게 애초부터 치즈는 없었다. 치즈를 잃었다고 아쉬워 할 것이 아니고, 치즈를 얻을 뻔 했는데, 우리의 방탕한 삶이 치즈를 놓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음식, 치즈가 아니면 어떤가. 보리개떡이라도 좋고, 고구마나 감자 한 바가지면 어떤가. 우리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의 떡을 찾으려면, 일본에 대한 냄비같은 반감을 삭이고, 오늘부터라도 우리 역사책을 영어로, 일본어로 번역할 일이다. 일본 학자들, 영어권 학자들이 우리를 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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