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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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보는 바보, 간서치의 본을 받아, 중양절부터 석 달을 관독일기를 쓴단다.
이지누... 원래이름은 이진우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름일까.
이름이 특이하여 그의 약력을 보니, 뭔가 좀 민숭맨숭하다. 태어난 해도 없고, 학력도 없다.
하긴, 그런 걸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석 달을 놓치지 않고 책읽은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잠언들을 되뇌면서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음, 좀더 나이가 들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부록'의 나이가 지났으니, 술자리가 슬슬 두려워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술을 안 먹고 석 달을 지낼 수도 있잖나 싶어서... 요즘 시사 in에 술 끊는 이야기가 연재되기도 하더구만...  
책의 원수가 지금으로선 술인 셈인데... 글쎄... 올해 중양절부텀은 나도 한번 시도해볼까?
중양절이라면, 수능 칠 시즌쯤 되니, 조금 한가해질 때도 있을는지 모르겠다만... 

이지누의 학력이나 약력이 궁금한 이유는, 그가 한문학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어 보이기 때문이었는데, 하긴, 학력과 상관없이 들이파던 것이 선조들의 삶이었고 보면, 학력이란 늪에서 내 머리통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심하고 한숨쉴 만 하다. 

마음에 드는 잠언들을 남겨 두자니, 끝도 없이 많다.
아, 이런 것들을 멋진 그림과 어울려서 화장실에 붙여 두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싶다.
에휴, 언감생심, 요즘은 학교에 가서 숨쉴 틈도 별로 없는 주제에... 가능하기나 할까. 
아이들 수학여행 간 시즌이나 중간고사 기간에 틈이 나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책을 받아 두고는, 며칠 뒤에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다가  두어 주를 넘긴 책인다.
다른 책은 끊어 읽으면 생각이 끊기고 앞부분을 망각하여 막연하기 쉬운데, 이 책은 잠언이라 어느 대목을 확 펼쳐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다.
술이 취했을 때, 무람없이 펼쳐 들어도 금세 빠져들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늘 내 베개맡과 침대 밑을 오락가락 했던 책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양심이 편치 않네. / 어찌 남이 알아야만, 굳이 부끄러워할까.
이런 글을 읽고 움찔하는 것은 잠은 곧 '침'이기 때문이란다.(169)
글이 나에게 바늘이 되어 꽂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무엇이나 내가 동작하는 것, 그는 흉내를 낸다.
다만 나는 말이 많은데, 그것은 따라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나를 본받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186) 

다산의 사의재.
생각은 마땅히 담백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맑게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단정히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그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207) 

아, 곱씹어 읽을 일이 이토록 많은데, 한번이라도 후루룩 읽고 넘겨야 할 책들도 참으로 많다.
시간이 없다고 한탄할 노릇이 아니다.
스스로를 잘 다스리면, 시간을 한탄하기만 할 것은 아닌 것이다.
좋은 말들을 찾자면, 인터넷으로 명언, 잠언을 검색하면 수백, 수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서치의 관독과 이지누의 관독을 읽노라면,
사람 사는 일의 가벼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보려는 힘겨운 애씀이 읽힌다.
이런 일은 책읽는 이를 부끄럽게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책읽는 이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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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다 읽으셨군요. '부록'의 나이가 지나서~~~ ^^
저도 가능하면 한 주에 한두 번이라도 아무 곳이나 펼쳐보려고 가까이 두고 있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 나 사는 얘기를 부끄러워 안 쓰고 있나~~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