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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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적 없는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이란 제목이 이 책은, 독특하게도 '비독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보통 책을 쓰는 이들은 특이하게도 책에 대하여 삘이 꽂힌 이들이기 쉽다. 책냄새가 사랑스럽다든지, 책의 디자인부터 행간까지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게 상례다. 

이 책에선, 읽지 않거나, 읽고 잊었거나, 읽었는지도 모를 책들에 대하여,
그리고, 작가의 앞에서나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는 고교 1년 수업을 딱 1년 했기때문에, 교과서에 나오는 '삼대'를 가르칠 일이 없었다.(실업계 고교는 얄궂은 단원은 건너 뛴다.) 그렇지만, 아직 염상섭의 삼대를 제대로 다 읽어본 일이 없다. 구운몽도 읽고, 장마도 여러 번 읽었지만, 삼대는 1/3 정도 읽다가는 팽개쳐버렸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아무리 남한의 1930년대 작가들의 층위가 약하다 하더라도, 왜 염상섭인지... 웃기는 짜장이다.  

그리고 분명히 읽었던 이광수의 '무정'을 요즘 수업하고 있지만, 24년 전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무정의 주인공조차 내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다. 문학개론 수업의 과제로 무정을 읽었고, 서울서 이사할 때 그 책을 버린 기억은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작가 피에르 바야르는 책을 다 읽지 못한 것에 대하여, 또는 잊어버린 것에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할 것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한다.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리뷰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책을 비평하듯이 서너 번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은 전혀 없다.
나름대로 좋은 책이라 생각하는 것은, 연습장에 맘에 드는 구절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리뷰를 작성할 때 참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읽고 나서는 나의 '인상'을 비평 형식으로 몇 자 끄적거릴 따름이다. 

머리가 그닥 썩지 않아서 아직 읽은 책을 두 번 읽은 책은 한 권밖에 없지만, 같은 책을 세 번 샀다는 어느 선생님처럼... 나도 내 머리를 믿지 못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읽은 적 없는 책... 그 범위에 드는 다양한 비독서에 대하여, 이제 좀더 뻔뻔스러워져야 하겠다.
어차피 모조리 기억할 수 없을 바에야... 지나친 부채감을 가질 필요야 없지 않겠냐.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도 즐겁게 자기 생각들을 쓸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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