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의 공존의 이유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정지용의 그의 반
내 무엇이라고 이름하리 그를 ? 나의 영혼 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구비구비 돌아간 시름의 황혼(黃昏)길 위 -- 나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히 지니고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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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머언 이 앞에 오로지 수그릴 뿐인 가슴에 두 손 여민 '나'는 그의 반이다.
우리 살림살이는 구비구비 돌아간 강물처럼, 시름의 황혼 길이었던가. 그리하여 나의 가지에 흰 꽃을 달고 살아가던 나의 나라의 주민들은 이제 떠나가는가. 그래서 만날 때 떠날 것을 미리 예정하고 있듯이, 깊이 사귀지 말자는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그대 손 마지막 잡을 날을 기다리며, 깊이 사귀지 말자고 하는가. 작별의 날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