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 장군 1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25
송기숙 지음, 백철 그림 / 이가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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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장군이 처음 나올 때 재미있게 읽다가 오래 기다리지를 못하고 다 못읽고 말았다. 

이번에 전자책 도서관에서 세 권으로 그려진 만화를 읽었는데, 송기숙 선생의 찰진 전라도 말맛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쉬움이 크다.
역시 문학 속에 살아 숨쉬는 민중의 숨결은 사투리에서 묻어나는 것인가보다. 

작금의 이 나라 현실을 보면, 사리사욕이 국익에 앞서는 꼬락서니를 보게 된다.
경찰은 정권의 시녀가 되어 국민을 향하여 색소를 쏘아 대고,
국회의원까지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연행을 하고,
검찰은 이미 단맛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노라면, 녹두 장군이 숨쉬던 조선 시대의 부패상과 많은 부분 오버랩된다.
다만, 지금의 민중들은 그 시대에 비하여 훨씬 깨인 반면,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이라는 허울 좋은 말의 잔치를 앞세운 '권력과 부'의 눈가림은 한층 교묘해 졌다는 점이 다른 면이랄 수도 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무리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본문의 글귀가 눈을 시리게 한다.
국가의 재산을 제대로 운용할 줄도 모르는 경제팀의 잘못으로 국고를 엄청나게 낭비한 주제에,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공고 출신'의 미네르바를 잡아들이는 블랙 코메디...
코메디는 행복한 결말이어야 하니... 결국 사필귀정이 되겠지.
저질 코메디에는 항상 '슬랩스틱'같은 과장된 행동이 나온다.
'공고 출신'을 강조하는 미네르바 사태나, '선정적' 강호순 범죄의 '사이코패스'적 측면을 졸라 부풀려서 '용산'이란 말을 쏙, 들어가게 하려는 저질 정치는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의 꼼수다. 

이제 2월이다.
국회에선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법들이 차근차근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황사가 와도 <마스크>를 써서는 안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고... 

<권력귀신 몰아내자>는 동학 농민군의 구호는 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쩜 그리도 유효한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앞세워, 끝간 데 모르고 달리던 박정희 독재의 말로가, 민중의 봉기에 편승한 '정체모를 의문사의 향연'으로 결말을 본 걸 생각하면,
이 정권의 말로는 자못 흥미진진한 면이 많다. 군대도 없는 주제에 천민자본의 힘과 무식한 돈귀신에 휩쓸린 구제금융기의 가난한 영혼들의 표를 얻어 겨우 정권을 잡은 자들의 뒷모습. 

김수환 추기경이란 한 종교귀족의 죽음 앞에 선종이니 하는 말과 마치 무슨 민주화 투쟁의 선봉장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그려내는 말의 잔치들도 좀 우스운 꼬락서닌데, 전두환같은 살인마가 '어려운 시대에 더 사셨어야...'하는 족같은 소리를 씨불러대는 걸 읽어야 하는 마음도 지랄같다. 

역사는 왜 추악한 면들이 자꾸 되풀이 되는 건지... 슬프고도 슬픈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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