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줄로 비유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비유가 무엇인지 살펴 봅시다.

비유란 어떤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비슷한 개념을 지닌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그동안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비유하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어느 중학생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인생은 피자다...
자신이 싫어하는 토핑이든 좋아하는 토핑이든 골라내지 말고 그대로 먹어야 진짜 인생을 즐기는 거라고 했죠.
직장인 성공시대를 정의하면서 청취자들께서 등대요, 나침반이요, GPS라고 비유해 주셨죠. 

한 줄로 비유하는 데에도 특별한 기술 같은 게 있을까요?
예, 자기가 처한 현실과 관련을 깊이 맺을수록 좋은 비유를 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아는 게 아니라 몸이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몸에 익은 것을 옮겨 적는 것, 그게 진짜 글입니다.
현재 자신이 몰두하는 일에 관해 쓰고, 그걸 활용해 비유하세요.

기부는 수능이 아니라 검정고시다... 김장훈 씨가 했던 비유 기억하실 겁니다.
김장훈 씨 비유가 왜 좋은 비유일까요?
자기가 겪은 삶에서 우러난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하는 비유가 아니라 몸이 하는 비유가 바로 이런 겁니다.
인생은 골프다.
제가 이렇게 쓴다면 악플이 달리거나 무플.. 둘 중 하나겠죠.
그렇지만 타이거 우즈가 그렇게 쓴다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현실을 활용하라! 그런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라디오로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떤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책으로 미술 공부하는 것과 같아요.
단초만 제공할 뿐입니다. 듣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써 봐야 합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반디게시판에, 이메일에...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글쓰기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글쓰기 실력이 늡니다.

그럼 비유하기 실습을 해 보도록 하죠.

지난 시간에 청취자께서 ‘일지매는 박카스다.’ 이렇게 올려주셨지요?
제가 첨삭을 해드린다고 했는데요, 요약이라기보다는 비유하기에 적절한 사례였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취미나 인물을 다른 대상에 비유해 보십시오.
인라인스케이트, 포커, 스타크래프트....
김연아, 이효리, 오종철... 

우리가 이미 배운 정의 형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한 문장으로 비유해 보십시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탱고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프랭크가 어느 여인에게 다가갑니다.
“기다리시기 지루하면 제가 탱고를 가르쳐 드릴게요.”
“스탭이 엉킬까봐 두려워요.”
“스탭이 엉키는 것,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인생과 마찬가지죠.”

적절하게 비유하는 것, 참 중요합니다.
비유는 원래 개념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징표입니다.
직설적 표현보다 한 단계 높은 의사소통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축구 아스널 팀의 감독 아르센 웽거에게 기자가 물었어요.
“외국인 선수들을 지나치게 많이 영입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웽거 감독이 대답했죠.
“저는 선수들의 여권을 보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죠?
“전 무조건 실력대로 뽑아요.” ....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 얼마나 근사합니까.

비유를 잘해야 글을 잘 씁니다.
비유를 잘 구사한다는 것은 인생을 근사하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가수 김창완 씨, 이제는 연기자로 더 유명하시죠.
수필집을 내셨는데 서문에 비유적 표현이 많이 나오더군요.

"나는 게으른 어부다. 한데 요즘엔 그 짓도 싫증이 났나 보다. 그늘에 앉아 그물코를 손질하고 있다. 그물을 손질하며 꿈꾼다. 커다란 물고기. 꼭 그 물고기를 잡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그물을 손질하는 동안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내 앞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수필집은 내가 놓쳐 버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또 다른 비유하기 비법, 즉 원칙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부터 제가 새로운 용어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카테고리라는 용어입니다. 다른 말로 범주라고 하지요.
제가 ‘한 줄로 정의하기’ 시간에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렇게 정의할 때 B와 C는 비슷한 개념에 포함된 것이어야 한다고 했었죠. 그 비슷한 개념이 바로 범주입니다.
이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잠깐 복습해 보죠. 한 줄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지요?

우리가 학위 논문을 쓰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요약해 보자고 했죠. 책이든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보고 나서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그 책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수준이 높아집니다.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해 보면 좋은 글과 좋지 않은 글을 분별하는 안목이 생깁니다. 좋은 글이나 영화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워요. 그런 작품을 돈 주고 사 보아야 하는 겁니다. 한 문장이면 될 것을 구구절절 길게 늘여 쓴 찌질한 자기계발서는 돈 주고 사 보기 아깝잖아요.

비유 사례 몇 가지만 더 보죠. 

<형사>, <M> 같은 영화를 연출한 이명세 감독에게 리포터가 물었어요. 영화감독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명세 감독이 대답합니다. 

"영화감독은 양어장 주인과 비슷해요. 고기들을 풀어놓죠. 그러면 어떤 사람은 그물을 가져와서 고기를 잡을 것이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강태공 같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고기를 잡든 그건 관객의 몫이죠."

<<우리말 바로쓰기>>의 저자 고 이오덕 선생에게 누가 이렇게 물었어요.
“틀린 말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쓴다면 표준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오덕 선생이 이렇게 답하지요.
“세상 사람 모두 도덕질을 한다고 해서 나도 도덕질을 해야지...이래서 되는가? 글쓰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클래식(classic)'이란 말이 있죠? 고전을 의미하는데요.
비유적 표현에서 비롯한 말이에요.
이 말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는데 '함대(艦隊)'라는 뜻이었어요.
나라가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국가를 위해 군함을 기부하는 부호를 뜻하는 말로,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켰어요. 그래서 인생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신적인 힘을 주는 책이나 작품을 가리켜 '클래식'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광고카피 만드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표어짓기 숙제를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자 우리모두 초딩이 되어, 표어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스포츠토토 홈페이지에 가 보면 좋은 예들이 있습니다.

예)
오심도 게임의 일부, 오해도 인생의 일부

아이를 혼낼 때는 엄마는 직구로! 아빠는 커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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