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줄로 메모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 줄로 메모한다는 게 뭐냐? 한 문장으로 메모하라는 겁니다. 단어 한두 개만 적어두지 마시고 완결된 한 문장으로 메모하십시오. 회의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다 똑같이 생긴 회사 다이어리 들고 선수들 입장합니다.

1번 선수 메모 시작합니다. “마케팅 전략” ... 좀 이따가 옆에 영어로 적어 봅니다. 마게링 스트레... 아, 철자가 헷갈려 도중에 지워버립니다. 슬슬 회의가 지겨워집니다. 마케팅 앞에 당구장 표시합니다. 전략에는 동그라미 두 번 칩니다. 드디어 회의 끝납니다. 이런 메모 평생 다시 볼 일 없습니다. 나중에 봐도 자기가 왜 그런 메모를 했는지 기억도 못합니다. 이 뭥미...

메모를 왜 합니까? 나중에 써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써먹으려면 문장으로 하세요.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지난 주 방송에서 서상훈 씨가 성공학습법 강의하시면서 여러 감각을 활용하자는 의도에서, 눈 감고 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다고 했죠? 제가 두 가지 방식으로 메모를 해 보겠습니다.

1번 : 눈 감고 밥 먹기
2번 : 눈 감고 밥을 먹어보면 잠자던 감각들을 깨울 수 있다.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아시겠죠?

오늘 해 볼 과제는 방송에서 보거나 들었던 내용을 한 문장으로 메모해 보는 겁니다. 오늘 들었던 거도 좋고, 이전에 들었던 내용도 괜찮습니다. 원래 그 사람이 했던 말과 똑같이 할 필요는 없어요. 핵심 내용만 정확히 표현하면 됩니다. 잊지 마세요. 메모는 자기를 위해 하는 겁니다. 자신이 써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남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원문장과 일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8년 6월 18일, 정확히 말하면 오늘 0시 30분경일 겁니다.
안철수 씨가 중앙대에서 열린 EBS CEO특강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삶의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사라든지 어휘는 원래 말과 좀 다를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메모니까요.
나중에 글을 쓸 때 써먹으려면 이 메모를 인용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그건 다음 시간에 하겠습니다.

제게 메모 비법 같은 게 있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비법까진 아니고 가장 쉽고 단순한 메모 기술이 있습니다. 메모장을 가까이 두는 겁니다. 

전 화장실 메모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인생중대사를 해결하고자 할 때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법이거든요. 큰 일 볼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메모합니다. 당연히 화장실에 메모장과 펜을 비치해 두죠. 밖에 돌아다닐 때는 휴대폰 메모장 기능을 활용하세요. 메모장과 펜 들고다니려면 번거로우니까요. 단, 한 문장으로 메모해야 합니다. 

또 하나 비법이 있어요.
뭘 보면서 메모하려고 하지 말고 메모하기 위해서 뭘 보세요.
무릎팍 도사든 EBS 다큐프라임이든, 뭐든지요.
그러면 더 열심히 보게 됩니다. 당연히 얻는 것도 많아집니다.

그럼 잠시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정확하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나 국어학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이니, 아름다운 우리 한글이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표현 많이 합니다. 왜 말이 안 되느냐. 우리말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정확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써야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묘하고 정확하게 쓰면 우리말이든 남의 말이든 다 아름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짱 황이죠...

글을 잘 쓰려면 우선 정확하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미래형보다는 과거형, 현재완료형을 사랑해야 합니다.

한 줄로 정의하는 연습도 해 보았습니다.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런 형식으로 연습해 보라고 했습니다. 

존 에프 케네디의 말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보면 의미가 와 닿을 겁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이런 말 못합니다.
우리도 몇 년 전에 한 번 크게 뎠죠? 황 모 박사...
말짱 황이었죠?
왜?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으니까요. 뻥치셨으니까요.

며칠 전 유에스 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예전에 한 해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어요.
"내일이 있어 좋은 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골프황제는 이렇게 겸손했기에 진짜 황제가 됐을 거예요... 대. 인. 배.
이금희 아나운서 좌우명 기억하시죠? “어제보다 손톱만큼만 낫게 살자.” 

삶의 목표에 관해 지난 주 청취자들이 게시판에 올려주셨던 글 중 몇 개를 뽑아 왔습니다.

양영애 씨가 이렇게 썼습니다.
“내 삶의 목표는 학교를 설립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여 인재로 키우는 것입니다.”
잘 쓰셨어요. “내 삶의 목표는 교육자다.” 이렇게 쓰는 것보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했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학교인지 어떤 재능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쓰시면 좋죠.
나중에 그 아이들이 커서 양영애 씨처럼 또 다른 학교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목표를 글로 쓸 때 무엇이 되겠다고 쓰기보다 무엇을 하고 싶다고 쓰는 게 좋다고 했는데  양영애 씨는 이 원칙을 잘 지키셨습니다.

711466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간식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얼핏 보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전 뻔하게 읽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간식이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요.
자기가 쓴 글을 재규정해 보십시오. 간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가정교육입니다.  
직접 만들어주는 좋은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대화도 될 수 있고, 매일 같이 읽는 시 한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내용을 두 번째 문장에 쓰면 됩니다. 그러면 문장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됩니다.

개념재규정, 기억 나시죠? 
개념재규정을 잘 해야 글이 발전합니다.
고치고 또 고치라는 말이죠.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라는 글쓰기 교본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런 말이 있죠.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관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

고치고 고쳐서 좀 더 정확하게 쓰라는 말입니다.

이강재 씨(저랑 이름이 비슷하군요)가 이렇게 올려 주셨어요.
“매일 매일 모르는 것이 한 가지씩 생기는 삶을 살아가겠다.”
공자님이 그러셨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맞춤법이나 어법에 맞는지 고민하다가 아예 글쓰는 걸 포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쓰세요. 쪽팔림을 무릅쓰지 않으면 글을 잘 쓸 수 없어요.
쪽을 많이 파세요. 대신 한 번 쪽팔릴 때마다 하나씩 고치세요.
아리까리할 때 사전을 찾아보세요.
단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찾아보세요.

그럼 오늘부터 하나씩 고쳐 보죠.
좋은 하루 되세요. 이렇게 쓰지 마세요.
상대방더러 좋은 하루가 되라는 거니까요.
‘즐거운 연휴 되세요.’도 틀린 표현이죠?
주어와 술어도 맞게 쓰지 못하면서 어떻게 글을 잘 씁니까?

글쓰기 선생님들이 책을 많이 읽어라, 이왕이면 고전을 많이 읽어라... 그런 얘기 하는데 사실 힘들게 일하고 여가 시간에 집중해서 책 읽는 거 별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렇죠?

고전 읽지 마세요.
고전 읽는 건 고상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건 찌질한 건가요? 그건 아니죠.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열심히 보면 됩니다.
메모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괜찮은 글쓰기 연습 방법입니다.
영화나 오락 프로그램을 제대로 읽고 메모할 줄 알아야 개념재규정 습관이 몸에 뱁니다.
무릎팍 도사를 잘 읽지 못하면 셰익스피어, 소포클레스 희곡 못읽어요. 

제가 작년에 글쓰기 책을 하나 썼는데요. 참조 자료 목록을 뒤에 덧붙였어요. 책도 몇 권 참조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것들을 글쓰기 소재로 주로 활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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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쓰면서 참조한 주요 지형지물

EBS : <맞수 : 맛의 달인, 호텔 조리장을 꿈꾸다>, <시네마천국 : 600회특집 세상을 보는 다섯 가지 시선>
KBS : <단박인터뷰 : 김연아 선수편>, <파워인터뷰 : 이영표 선수편>, <한국한국인 : 김형곤편>
MBC :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스위스 경기 중계.
MBC ESPN : 요미우리자이언츠 이승엽 출전 경기 중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중계.
SBS : <뉴스와 생활경제> 2006년 5월 2일 방송분, <생활의 달인 : ‘포장의 달인’편>
SBS스포츠 : 요미우리자이언츠 이승엽 출전 경기 중계.

영화 : <달콤한 인생>, <데블스애드버킷>, <러브 액추얼리>, <범죄의 재구성>,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살인의 추억>, <스타워즈> 에피소드3/5, <여인의 향기>, <오즈의 마법사>, <왕의 남자>, <천국의 책방>, <카게무샤>, <트루먼쇼>, <8월의 크리스마스>, <해변의 여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사이클 선수 암스트롱 다큐멘터리

<더 시티>, 2007년 5월 3일자.
<씨네21>, “로버트 드 니로 특집 기사”
<한겨레21>, “신윤동욱의 스포츠일러스트”

강유원, <<고전강의 공산당선언>>, 뿌리와이파리, 2006.
김창완, <<이제야 보이네>>, 황소자리, 2005.
두산동아 편, <<동아메이트국어사전>>, 1998.
안정효, <<글쓰기 만보>>, 메멘토, 2006.
㈜프레인,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프로들의 홍보노트>>, 청년정신, 2005.

http://armarius.net
http://fifa.com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2동 쌍용자동차 매장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12구역 404번 서가


- 이강룡(지음), <<글쓰기 멘토링>>, 뿌리와이파리, 2007. 184-185쪽.

뭔가 새롭고 쌈빡한 소스를 찾으려 개고생하지 말고, 우선 여러분 일상에서 소재를 찾으세요. 그리고 한 문장으로 메모하세요.

다음 시간에는 오늘 배운 메모 기술을 기초로, 한 줄로 인용하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메모는 자기 맘대로 해도 되지만 인용은 원문에 충실하게 정확히 옮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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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8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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