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멘토링 두 번째 시간입니다.

제가 매주 목요일, 쌩얼 미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린다고 했는데요, 제가 방송국 갔다가 학원 가서 강의하고 집에 오면 밤 열시쯤 되거든요. 자칫 자정을 넘겨 글을 올려도 양해해 주시고요. 암튼 목요일 밤이든 금욜 새벽이든 올리긴 올릴테니까 여러분도 열심히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닷.

지난 주 내용을 복습해 보죠.
좋은 글이란, 쉽고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정확히 쓴 글이라고 했죠.

정확하게 쓰면 남들이 내 글에 감히 찌질한 댓글 못달아요.
직접 겪어본 놈이 장땡이에요.
정확하게 쓰지 않으면 당연히 악플에 시달립니다.
니가 봤어? 니가 겪어 봤니?... 뭐 이런 거요.
정확하게 썼다는 확신이 들면 찌질한 댓글은 쌩까세요.
이런 저런 의견에 흔들리지 마세요.

그러면 댓글 수가 줄어드는 대신 댓글 수준은 훨씬 높아질 겁니다.
모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려고 하지 말고 소수정예하고만 하세요.
 
오늘 해 볼 과제는 삶의 목표를 한 줄로 정의해 보는 겁니다.
보통 CEO가 되고 싶다, 의사가 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쓰기 마련인데, 그렇게 적지 마세요.
그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 되고난 이후예요.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쓰는 게 더 낫죠. 
대통령 되고 싶다.... 그래서 대통령 됐어요. 그럼 어쩔 건가요?
어떻게 하겠다... 이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김연아 선수를 닮아야죠.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몇 번 다시 들어도 간지 줄줄 아닙니까? (태연의 ‘만약에’도 참 잘 부르더군요.)

지난 시간에 A는 B가 아니라 C다... 이렇게 규정해 보라고 했었죠?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존 에푸 케네디의 말입니다. 맞는 말이죠. ㄷㄷ.

우리 주변 사례를 찾아볼깝쇼? 가수 김장훈 씨가 M본부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기부는 수능이 아니라 검정고시다. 수능은 남들을 이겨야 하는 상대평가지만 검정고시는 남들이 붙든 떨어지든 나만 잘하면 된다."

멋있죠? 쩔죠...
이게 왜 좋은 문장일까요? 자기가 겪은 거 그대로 정확하게 적었기 때문입니다.
생색내느라 라면 몇 상자 놓고 사진만 찍는 정치인이 이렇게 말했다면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겁니다. 그죠?

정확하게 쓰라고 제가 말씀드렸던 건 바로 이거예요.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 적으세요.
정확하게 써서 오랜 세월을 버텨낸 책이 고전이라고 했죠?
고전 몇 구절을 살펴 보겠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그는 긴 여행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와 돌 위에 이 모든 이야기를 새겼도다."

후덜덜 아닙니까?

<<오이디푸스왕>>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인생이라는 침상을 넘어가기 전까지 누구도 행복했다 말하지 마라."

이거도 그렇죠?

그럼 고전 읽는 건 고상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건 찌질한 건가요?
그건 아니죠.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열심히 보면 됩니다.
열심히 보면서 개념 재규정해 보고, 열심히 메모하며 보면 됩니다.
어떤 걸 하더라도 더 낫게 하세요. 더 낫게 티비를 보고 더 낫게 영화를 보고 더 낫게 연애를 하세요. 그래서 더 나아졌다면 그걸 글로 남기세요.

정확하게 쓰려면 먼저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친구한테, 또는 지인들한테 습관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에 언제 한 잔 합시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지만, 글로 쓸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글은 상대방 양해만 얻으면 되는 일대일 대화와는 다르니까요.
대신 이렇게 하세요.
“자, 우리 6월 3주차 목요일 19시 20분에 우면동 성공시대 막창집에서 만나 쏘주 각 1병 할까요?”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오늘 석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멋있는 말 같지만 전혀 멋있지 않습니다. 진짜 멋있게 쓰려면 직접 겪으세요. 그리고 겪은 걸 쓰세요. 이렇게요. “오늘 일산 호수공원의 일몰은 참 아름다웠다. 삶의 좌표를 올바로 설정하고 난 다음 본 석양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미래형보다는 과거형, 현재완료형을 사랑하세요.

좋은 글을 쓰려면 좋게 살아야 해요, 열심히 살아야 돼요.
그래서 제가 지난 시간에 글을 잘 쓰면 성공한다고 말씀드렸던 거예요.
뺑이치세요. 뺑이친다고 해서 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아니죠.
삑사리 날 수 있어요. 그걸 적으세요. 그대로.
나 *뺑이쳤다. 그런데 삑사리 났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도 이래서 그런가 보다.
실패에서 배우세요. 공자님이 그러셨죠. 과즉물탄개.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마라.
뺑이치고 삑사리 나면 다음부터 삑사리 안 내면 됩니다.
그런 과정을 적은 게 좋은 글입니다. 아주 힘센 글입니다.

배우 이하나 씨가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죠. 삑사리가 몇 번 있지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지난 주 청취자들이 올려주신 글 좀 살펴보죠.
잘 쓴 문장 몇 개를 골라왔습니다.
읽어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철수 : “직장인성공시대는 배가 아니라 등대다.” -> 맞아요. 목적지까지 편하게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
박시연 : “직장인성공시대는 이정표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 이것도 비슷하죠? 남들이 적어둔 길안내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나침반이죠.
서은희 : “직장인성공시대는 GPS다.” -> 신선합니다. 왜 GPS냐?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니까. 이렇게 고치면 더 낫겠죠. “직장인성공시대는 종이지도가 아니라 GPS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정확하고 단단한 문장을 쓰는 거예요. 글쓰기멘토링은 청취자 여러분께 해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분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대요, 나침반이요, 쥐피에쓰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글쓰는 선생들의 영원한 스승 소 선생님... 소크라테스 샘의 글쓰기 지도 방식이에요. 전문용어로 대화술, 산파술이라고 합니다. 소 선생님은 학생에게 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아이(참된 지식, 깨달음)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파 역할을 할 뿐입니다. 어떻게? 대화를 통해서요.

"쌤~ 이게 모죠?"
학생이 물으면 "우웅... 그건 이거야."
바로 답해주는 건 의미가 없고요, 대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렇게 되물어야 합니다. 학생은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하고, 선생은 학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훌륭한 선생이 되기에 앞서 먼저 좋은 학생이 되십시오.
잘 묻는 사람이 글도 잘 쓰거든요. 잘 물으세요. 앙~

다음 시간에는 한 줄로 메모하기 연습을 하겠습니다.
대개 이렇게 메모할 겁니다.
회의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다이어리 들고 들어가서 공란에 이것저것 낙서하다가 몇 단어 끄적이면서 당구장 표시 한 두 개 하죠? 시간이 길어지면 동그라미 치죠?
나중에 다시 살펴본 적 있어요? 설사 본다고 해도 내가 뭐땜시 당구장 표시했는지 기억나던가요?

메모는 한 단어 대신 한 문장으로 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내가 왜 그렇게 메모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다음주에 같이 해 BoA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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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2-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이강룡의 글쓰기 멘토링을 퍼온 것입니다.(ebs 라디오에서 한 거라네요.)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하실 것 같아서 널리 알릴 목적으로 퍼다 붙였습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씩 들러서 읽어 보시길...
저도 시간 되면... 이 내용을 좍 퍼오고 싶군요. ^^

http://readmefile.net/blog/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