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낯선 용어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대자보를 통해서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을 머릿속에 저장하곤 했으리라.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사전처럼 풀어쓴 책인데, 여느 백과사전과 확연히 다른 점은, 작가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개입시켰다는 것이다. 

사전이란 것이 물론 작가의 편찬 의도에 따라, 그리고 철학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남경태의 서술 의도를 살펴본다면, 자본주의 국가에 살면서 현대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전 식으로 써보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컴퓨터 모형화와 모의실험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인공적인 3차원 시각적 및 그 밖의 감각적 환경과 상호반응하게 하는 기술(브리태니커의 가상현실) 

가상현실(假想現實)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가공의 상황이나 환경을 사람의 감각기관을 통해 느끼게 하여 사용자가 몰입감을 느끼고 상호작용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위키백과) 

보통 백과사전이라 하면, 이렇게 뻣뻣한 용어로 무미무취한 건조체로 기술해서 읽을 맛을 똑, 떨어뜨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가상현실을 보면,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야반도주했다. 한국전쟁... 이승만은... 도망쳤다. ...걸프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것은 가상전쟁이었다. 불과 42일만에 1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가상이라면 의아스럽겠지만 전쟁의 성격은 그러하다... 

이 정도만 살펴도,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알겠다. 
개념 잡기에는 너무 어려운... 허섭한 번역본들로 머리통을 굵혀온 저자로서는, 이런 책 하나쯤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그런 의미에서 18세기 세계를 휩쌌던 지식의 폭발에 연유해 나왔던 백과사전의 기술을 받아들인 자들이 '실학자'였다면, 21세기 유목의 시대로 변화해가는 시대에 진정 '개념있는 인간'은 남경태도 들어가겠다.

이 책을 읽고 큰 도움을 얻을 만한 사람은... 글쎄다. ^^
대학생 1,2학년 정도라면, 많은 서적을 접하고 나서 한번쯤 만나도 좋을 법 한데...
내가 이 책을 반긴 이유는... 고딩들에게 '언어영역' 셤문제 내기 좋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객관성과, 적당한 자기 생각과, 적당한 길이와 쉬운 내용이 고딩들에게도 읽힐 법하기 때문이다. 

사전을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나도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문제 만들 때, 수시로 뒤적거려 볼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밀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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