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문학의 최고봉은 역시 하이쿠다.
일본어를 공부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ㅎㅎ 나는 당구치기 시작한 것이 24년되었지만, 실력은 글쎄 50정도 되나?) 일본 문학의 엽기성에는 그닥 정이 붙지 않는데,
유독 하이쿠에는 마음이 간다. 

이 책은 세실님 일하시는 데 거들어 달라는 페이퍼에 잠시 끼어들었다가(나는 새로 리뷰를 작성한 것도 아니니 선물은 좀 과하지만 ㅋ) 뭘 하나 고르라는 말에 덜컥 선물받은 책이다. 

전에도 읽었지만, 열 일곱자에 담긴 촌철살인은, 이만한 것은 없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도
모기에게 물리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벚꽃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은! 

이 것은 둘 다 이싸의 노래다.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 이건 소세키 

너무 울어 텅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이건 아마도 바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우리 전통을 앗아간 그들의 제국주의가 밉기도 하다.) 

부처님이 이싸의 시 한 구절을 들으셨다면, 빙긋 웃으셨을 거다. 

마음이 팍팍할 때, 한 줄도 너무 긴 시의 넓은 행간에 마음을 적셔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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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도 하이쿠는 미워할 수 없을 듯...
아그들 그림책으로 바쇼와 하이쿠 얘기 다룬 것도 있어요.
'시인과 여우, 시인과 요술조약돌'

글샘 2009-01-07 09:42   좋아요 0 | URL
아, 아그들 책도 있군요. ^^
하이쿠를 읽으면 시원한 가을 밤에 귀뚜라미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가슴을 텅 비운 경지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