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볍다.

일단은, 객관적인 질량이 가볍고,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이야기 치곤, 가벼운 이야기로 일관한다.

책 읽는 일, 과연 어떨까?

어려서부터 책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제법 글 꽤나 쓰는 이들 치곤, 책에 대한 추억 한두 토막 없는 이가 있으랴?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이들의 이야기는 가볍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정말 이 책을 편집한 이가 잘못한 것은...
불쑥 튀어나오는 이미지와 멋진 글들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나에게 책이란 것은,
가난이나 결핍을 조금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초등 2학년때 누나가 학급문고에서 절취했던 안데르센 동화집을 몇 번을 곱씹어가며 읽었는데,
초등 3학년때 박정희가 강조했던 <고전읽기 사업>에 나도 어떤 이유에선지 선발이 되어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등교해서 놀아먹던 기억도 난다. 그 사업에서 나는 별로 우등생은 아니었던 듯 하다.

이문재 시인이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하며 쓴 시처럼, 책을 읽노라면 척추를 곧추 세우고 읽어야 할 듯한 차가운 글도 있지만,
조병준 시인처럼 끝없는 배고픔처럼 책읽기는 저주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 제일 안 팔리는 역사와 전기가 영국에선 가장 잘 보이는 코너에 전시되어있다는 황대권의 이야기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시선을 느끼게 해 주고,

당신은 평생 과거도 보지 않으면서 글은 읽어 무엇합니까?
라고 물은 허생 아내의 물음을 읽으면서, 수업 시간마다 뜨끔했던 내 마음은
오늘도 책읽기에 대한 핑계를, 얼버무리고 마는 것으로 변명에 대한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물이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읽기에 탐닉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 작업에 몰두할 줄 안다.

그러나... 요즘, 과연 읽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는지...
정말, 인간의 특성을 호모 부커니쿠스...라고 할 수 있을는지...

그러나, 나는 읽는 일에 대한 지도 교사로서,
밝아오는 해는, 고딩들 데리고,
그야말로 읽기에 대하여,
그리고 언어 영역의 점수 획득을 위하여
독서 평설 열 두 권을 끌어 안고, 고군 분투 하려는 마음을 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꾀쟁이 교감이 얄미울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책읽기는 즐거운 일임을,
책에서 인생의 지향점을 떨면서 가리키는 나침반과,
멀리서 손짓하는 등대처럼 가냘픈 손짓과,
로드맵으로 작용하면서 남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나의 갑갑한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주는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음을...
책읽는 바보의 한 사람으로서ㅡ,
알려주고플 따름이다.

책만 세상을 탐낸 것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을 탐낸다.
책을 통하여, 세상을 탐낼 그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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