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 철학토크쇼 - 굳어버린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상천외한 철학실험
루시 에어 지음, 유정화 옮김, 김영건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 이라고 하면 일단 머리가 띵~하게 아프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거나, 칸트 데카르트 등의 어려운 정리들을 떠올리거나,
최악의 사태는 고딩시절 윤리시간에 배운 암기 사항들을 떠올리며 지긋지긋해하는... 그런 것.

내게 철학은 이상하게 왔다.
대학생 시절, 철학은 마르크스 철학이 전부인 듯 읽은 것이다.
철학 개론 책에서는 서양철학사 중심인 것이 세미나에서 읽은 변증법적 철학, 헤겔 철학과는 뭐가 삐걱거리며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철학이라고 하면... 나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이 책에 나온 말들도 살펴보면... 서양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개념들을 쌍으로 묶어 정리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유용하다는 쪽이고, 비트겐슈타인은 쌩까는 쪽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이긴다.
주인공 꼬마가 철학은 인생을 즐겁고 재미나게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에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흔히 개똥철학이란 말을 많이 쓴다.
거기서 나온 철학이란 것은 인생을 살면서 갖게 된 지혜의 눈을 말하는 것인데, 경험주의적 한계를 갖기때문에 개똥이란 접두사를 붙인 듯 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철학적인 꼬마였다.
7살때쯤... 나는 내가 보는 <연둣빛>과 다른 사람이 보는 <연둣빛>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를 비롯한 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인간 취급을 해서 혼자 담고만 있었다.

나의 철학적 기질을 억누른 것은 70년대라는 개발독재의 시절 탓도 있고, 가난했던 가정 환경 탓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 돈이 무지 많았다면... 나는 아직도 유럽쪽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그런 꿈을 갖고 있다. 로또가 걸리면... 당장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같은 데 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 아, 나는 한문 공부도 좋아하므로, 성균관에 들어가고도 싶다.

삼십 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개똥철학자가 되었다.
내가 살면서 겪은 것들이 나의 세포를 규정하고 있다.
때로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내세우고, 때로는 '통념적'인 것을 당연시한다.
논리적이지 않은 것들임에도 말이다.
이런 생활은 전혀 철학적이지 못한 생활이다.

현상과 실재에 대하여, 겉보기와 실존에 대하여, 철학적인 이야기를 소설처럼 읽고 지나치는 일은 아쉽다.
철학 시간에 이런 소설 한 편들을 읽고 밑줄도 하고, 요약도 하며 토론하며 읽었다면, 내가 지금 조금 더 철학적인 생각에 가까운 인간이 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의견을 검토하는 방법으로서 철학은 중요한 교과목의 하나로 다루어야 할텐데...
아직도 한국의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는 '니체'가 없다. 내가 찾아본 한에서는 그렇다.
행복이 상대적이듯, 사상의 중요성도 상대적인 모양이지.
도덕의 보편성에 대해서만 상대성을 이야기하진 않는 것처럼...

청소년 시절에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배워야 하는 것이 나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이제, 제발, 철학적 사유를 가르치고 배우고 토론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이 '통념'과 '고집'만이 가득한 교과서를 버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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