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나를 잠들게...... 하,라...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소설로 진행된다.
아니, 관찰자 소설의 입장으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로 전개된다.
푸구이의 인생. 파란만장하다는 한 마디로 적기에는 구구절절이 사연도 많고 구비도 많았지만,
이렇게 푸념 소리로 듣고 보니, 삶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맺은 사랑도 이별도 모두 인생의 하위 항목들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간 극장! 
이런 삶들을 보면, 푸구이처럼 삶과 죽음과 사랑과 이별의 교차점들을 지나온 인생이 이제 또 어떤 갈림길엔가 서서 앞을 막막하게 바라보는 이야기들로 이끌린다.
절절하게 아,름,다-압-따 했는가~,~,~ 차-아라리, 차-라리...
노래부르던 조용필의 걸걸한 목소리의 카랑카랑함에 묻어나는 애련 가득한 시간처럼,
푸구이의 나날들은 좋은 일이 슬픈 일로 이어지고, 비극 끝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단 결과가 잇따른다.
지주의 집안에서 온 재산을 말아 먹고도, 지주를 탄압하는 시대를 맞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꼭 어리석다고 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이들이 자신의 사상과 출신 성분을 강변하기 위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이땅의 '이상한 예수교'처럼, 세상엔 논리적으로 따질 수만은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같은 병실에서 아들이 죽고, 딸이 죽고, 아내까지 죽고, 마침내는 사위와 손자까지 잃고 마는 그의 인생 행로를 바라보면, 질긴 인연과도 질기게 질기게 이별하는 처절함이 책장을 넘기기 두렵게도 하지만, 또한 어느 인생인들 이별의 연속 아님이 있으랴 생각해 보면, 
산다는 일은, 
원 제목이라는 活着...에 얼마나 어울리는 말인지... 하는 생각을 했다.
목숨이 붙어있다는 말일까?
살아있는 생명이 아직 붙어있다는 건지...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고 하면 그럴 듯 하지만.
사실은 목숨이 붙어 있느냐, 식어버렸느냐... 하는 이분법의 택일 사항이 아니던가.
구차하게 보여도, 화려하게 보여도...
목숨이 붙어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 '관'하면, 
세상 모든 것을 목숨 붙어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 '비추어볼 조照'하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있으랴.
어느 한 순간 숨쉬는 순간치고 아름답지 않을 때가 있으랴...
이런 막연한 생각과 함께, 또 날마다 구차하게 살아가는 내 일상도 돌아보면서,
그래, 목숨이 붙어있다는 것은,
인생이란,
산다는 것은,
죽지 못해 사는 것이나,
목표를 향해 전력 투구하는 것이나,
윷판에서 도길개길 그 한 칸 차이밖에 없지 않는가... 하고 조금 너그러워도 진다.
위화의 글은, 읽는 나를 조금씩 너그럽게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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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1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책은 '허삼관매혈기'밖에 본 게 없어서~~ 이 책 보고 싶네요.

글샘 2008-12-27 21:12   좋아요 0 | URL
꼭 한 번 읽어 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