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하워드 진.도날도 마세도 지음, 김종승 옮김 / 궁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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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하워드 진이 제시한 가장 역설적인 이 말이 교육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85)
한국의 교육도 미국의 교육 못지않게 계속 실패하고 있다.
교육의 구조는 점점 기형화되어가고, 아이비리그와 빈민의 교육은 한국의 대학 입시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의 실패.
곧 공교육은 점차 황폐화되어가고 있으며 아이들은 무식해져 가고 있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위한 시스템'으로서 제공하는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라는 놀라운 사실은 국가와 국민을 곰곰 생각한다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과 한국이란 나라에는, 즉 그 두 나라의 역사에는 끔찍한 비극스런 공통점이 있다.
이 두 나라가 역사상 아주 최근까지 <노예제>에 기반한 국가였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가 민주제를, 조선은 왕정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 국가의 존립 기반은 노예였다.
미국에서 니그로나 블랙이 혐오스런 말이듯, 한국에서도 쌍놈의 새끼나 쌍년은 가장 혐오스런 욕설의 하나다. 그 노예제와 함께 두 나라에 만연했던 <가부장제의 망령>도 무시할 수 없다.

1960년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열중하며 강의실 밖의 투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극단적 보수주의자(130)들은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워드 진처럼 사회주의, 인종주의를 이야기하는 자는 언제나 <너무 정치적이야>라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땅의 실패한 교육, 그리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 교육의 이면에는 이와 꼭같은 논리 - 아니 반논리의 <힘의 논리>만이 판치고 있다.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들은 늘 있어왔지만, 국사 교육 안에서 조선 왕조의 본질을 밝히거나 근현대사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시도는 늘 <너무 정치적>이라고 타개의 대상으로 규정되었다.

교육의 불평등이 가져오는 문제점 중 하나는,
저항과 항의에 필요한 자원을 가진 사람들은 체제 내에서 성공한 자녀를 둔 사람들(88)인데, 체제는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둠으로써, 저항하려는 자원들에게 관심을 표하지 못하게 한다. 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장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사람들이 교육 관료가 되고, 대학을 점거하고 있으며 교수를 재임용하는 장본인 역할을 맡고 있다.
초중등 학교에서도 가장 비교육적인 행태를 일삼던 인사들이 관료가 되어 교사와 교육활동을 감시한다. 이런 제도적 장치는 교육의 실패를 통한 국가의 유지와 지배 이데올로기의 승리를 가져오는 공고한 시스템으로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통찰력은 꿰뚫고 있다. 무서운 혜안이다.

미국의 역사 선생이 눈감은 '인디언 학살의 역사, 멕시코 전쟁, 베트남의 미라이 학살, 현대의 이라크 전쟁과 대테러 전쟁(여기에도 한국 전쟁은 없다. ㅠㅜ)'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 속에는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을 앓고 있는 한국의 현대와도 더럽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 교사, 역사 교과서는 어떤 것을 가르칠지 <선별>하는 순간, 이미 정치적이란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적지 역사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왕조, 업적 중심의 역사만을, 그리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만을 날조해온 교과서를 가진 한국이란 나라에서 어떤 <정치적인 입장>이 계속 승리해 왔던지를 말이다.

역사 연구는 곧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 무서운 말이다.(112)

미국에서 <번영, 기적, 발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번영인가?>(120)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도 무지한 나를 깨우친다. 쇼비니즘 국가가 내세우는 <번영, 기적, 발전>은 박정희가 그토록 좋아하던 말이었다. 세계 몇 위, 올림픽 몇 위... 운운하면서 조국을 위하여 <희생>하라는 말은 <번영>의 대상과 <희생>의 대상이 분명히 확연히 다른데도불구하고, <당신들의 번영>을 위하여 <우리들의 희생>을 요구해온 것이 역사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천국을 위한 번영과 희생>이라고 얼버무리는 것이 역사였다는 것이다.

역사 공부란 것은 이러한 <관점의 획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조지 오웰의 말,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도 통제한다.
그리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아, 무서운 말이다. 정권을 잡는 넘은 늘 <언론과 교육>을 건드린다.
그 이유는... 과거의 역사도 건드리고, 그래야 미래까지 정권의 지속을 보장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접근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건드리고, 노조를 와해시키려 계속 날뛰고, 그 와중에 사소한 일로 교사를 자르는 작태들은 참으로 <정치적>이다.

역사는 늘 평화를 위한 전쟁,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부르짖으며 상대를 죽인 기록에 불과하다.
사실은 <우리를 위한 너희의 실패>의 반복에 불과한데 말이다.

역사를 보는 이들에게, 교육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하워드 진의 저작이 아니다.
하워드 진의 글들 중 교육과 관련된 것들과 인터뷰들을 모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흔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관점에서 굳센 의지를 보이는 하워드 진의 글을 읽는 일은 서늘한 폭포가 등허리를 가르는 신선한 깨우침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아픔과 즐거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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