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The road의 작가 코맥 매카시의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살인이라는 동기가 반복되어 나오는 세기말적 계시록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제목으로 쓰인 예이츠의 시는 젊음을 위한 노래다.
No country for old men.은 다른 말로 Country for young men.이다.
노인의 시선은 그윽하고 풍부하지만,
세상에서 노인을 긍정하고 노년의 삶을 아름답다고 하지는 않는다는 의식이 이런 시구를 만든 것 같다.
이 세상은 젊은이들의 것이다. 젊은 그대여, 잘 살아라... 이런 메시지.

세상은 갈수록 흉포화되고,
오로지 돈, 돈, 돈을 위하여 살아간다.
돈을 위하여 뛰는 개인은 파멸에 이르게 되지만,
결국 돈을 위하여 폭탄을 퍼붓는 '국가'의 개념까지 들어간다면,
그 국가는 돈을 위하여 인간의 본성을 말살시킨다.

살인마의 내면이나, 멀쩡한 사람이 본 전장의 참상이 구별할 필요도 없이 <수라도>이자 <지옥도>인 것은 현대의 문명이란 이름으로 파괴하는 세계의 다른 면인데,
그 비참한 전쟁의 참상을 텔레비전에서는 한낱 Star Wars 정도로 멋지게 보여준다.
걸프전이 한창일 때, 바그다드로 날아드는 로켓포 미사일의 작렬을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키운 꿈은... 황당하게도 '동시 통역사'였다.
전쟁의 참상은 '불꽃 축제' 앞에서 가리웠던 것이다.

<길>에서도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도 선문답이 제법 등장한다.
그 의미는, 글쎄, 똥막대기다.

네가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있었다고 치자.
네가 진짜 모르는 건 거기 말고 다른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야.
아니면 그것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모르거나.
이건 네가 어디 있었든 아무 상관없어.(248)

이 말은 "항상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아는 이가 있어. 어디에 왜 있는지 알지. 대부분." 뒤에 나오는 말이다. 바로 자신에 대한 물음이다. 말로 설명할 것도 별로 없다. 그냥, 뜻으로 직행한다. 직지!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이 있고 거기서 돌아오는 길이 있어.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거기에 나타나는 거지....
거기에 어떻게 가는지 몰라도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 거기에 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

나도 더 나이가 들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더 나이들었을 때를 위한 나라는 세상에 없다.
젊은이. 바로 지금의 <나>를 위한 나라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노인으로 가는 길은 없고, 지금 여기! 있는 거다. 똥막대기 하나 더 얹힌다.

누구나 다 대단한 사람이야...
네가 어디로 가야할지 내가 어떻게 알겠니?...
많은 사람들은 엄마에게서 달아나서 죽음의 목을 껴안곤 하니까.
죽음을 가만히 기다리질 못하거든.(256)

세상에는 훌륭한 세일즈맨이 많지만 우리는 벌써 물건을 샀을지도 모른다.(259)

하느님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신다고 생각하세요?
아실 거야.
멈출 수도 있을까요?
그건 아니지.(294)

코맥 맥카시는 2001년 9.11이란 폭격을 맞고,
2008년 블랙 먼데이란 폭탄을 맞은 미국이란 나라를 성찰하는 작가가 아닐까?

미국이 터뜨린 핵폭탄 이후의 절망적 세계를 그린 <길>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고> 오로지 이 순간을 철저히 살뿐,
그로 하여금 이런 현실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 것은 어두워 보이는 미국의 미래였을 것 같다. 그래서 하느님은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아시고,
묵시록에서처럼 불벼락을 준비하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고,
그건 멈출 수도 없을 것이고...
그것은 이미 시작된 재앙일 수 있다는 말이고,
미국의 미래가 검고 황폐한 <길>임을 경고하는 계시적인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런 그의 폐부를 후벼팠던 시가 바로 예이츠의 비잔티움 항해...가 아니었나 싶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젊은이들
서로 팔 겯고, 나무의 새들
- 죽어가는 이들 - 그들의 노래 부르고,
연어뛰는 폭포, 고등어 가득한 바다,
고기, 짐승, 새들은 온 여름내 찬양한다.
나고 자라고 죽는 것 무엇이든
그들의 관능적 음악에 휩싸여
나이들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모조리 무시하는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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