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혼 미망 말하는 돌 다시 월문리에서 아름다운 얼굴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31
김원일.송기원 외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김원일의 겨울골짜기를 읽고 몸서리치던 20년 전이 생각난다.
한국 전쟁의 추악한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의 그것과는 판연히 다른 것이었다.
김원일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전쟁의 이야기...
어둠의 혼, 은 아비의 죽음을 보게되는 어린 아이의 이야기다.
성장소설...을 영어로 입사소설이라 한다. 사회에 들어오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적은 소설이란 이야긴데... 성장소설은 왠지 청소년 소설같아선지 입사소설이 더 익숙해선지 이니테이션 스토리(initation story) 쪽이 더 공감이 간다.

어둠의 혼, 을 읽으면 제목의 의미에 집착하게 된다.
어둠의 혼은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죽어간 아비의 혼을 뜻하는 걸까, 어두워 떠올리기조차 싫은 어린 시절을 뜻하는 걸까...

어쨌든 아비의 시신을 보고, 어른이 되어야하는 강박을 갖는 주인공은
양철북을 두드리며 어른이 되지 않겠어, 하는 마음을 먹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전쟁의 희생자지만, 어둠에 가리운 혼들이어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것은 송기원의 아름다운 얼굴...이다.
아름다운 얼굴, 이란 어떤 것일까.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일까,
그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볼 줄 아는 사람의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일까.
아니면, 결국 아름다운 얼굴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에서 상처투성이로 남은 존재들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고 어둠 속에, 골짜기 속에 파묻힌 경우가 더욱 많으리라.

프로이트가 전쟁 이후에 문명이 충동을 억압할수록 충동은 소멸하지 않고, 죄의식, 신경증, 공격성 등의 다른 얼굴을 띤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쟁은 끝났지만, 문명의 억압은 계속되고 있어,
작중 인물들의 혼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작중 인물들은 공격적이고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존재들이지만, 사실은 어둠의 혼에 휩싸인 전쟁의 피해자들인 것이다.
이청준이 전쟁을 겪은 병신들과 전후 세대의 머저리들이라고 욕했지만, 전쟁의 트라우마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어서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이 없는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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