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병신과 머저리 겨울밤 포인트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21
이청준.이병주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는 전후 소설의 대표작이다.

전쟁으로 병신이 된 기성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전후 세대의 방황을 머저리라고 일컫는 것이었는데,
의사인 형의 소설을 뒤쫓아가는 동생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형을 병신으로 동생을 머저리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전쟁 앞에서 인간의 이성은 어떤 힘도 가지지 못한다.
죽음 앞에선 인간도 한점의 살덩어리일 따름이다.
전쟁에서 병신이 되는 건, 죽음보다 은혜로운 일일지 모른다.
육신이 병신되지 않아도, 전쟁은 인간의 마음을 병신으로 만든다.
그러나, 아직도 머저리 같은 인간들은 전쟁으로 돈벌 일에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은 무서운 노릇이다.

유명한 병신과 머저리보다 나는 '자서전들 쓰십시다'가 재미있었다.

남의 자서전을 써서 먹고 산다는 건 얼마나 비굴한 일일까.
김우중, 정주영 이런 사람들의 자서전을 써준 이들은 얼마나 벌어 먹었을까.
그런 이들이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거나 '고난은 있어도 절망은 없다.'거나 하는 말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이 땅이 문화적 풍요를 누린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이 땅은 '언어사회학적'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사회이다. 어불성설이요 언어도단의 사회인 것이다.

자기가 써야 자서전이지, 남이 써주는 자서전이란, 도대체 뭥미?

그러나, 또한 언어란 사회 속에 있는 것이어야 함을 작가는 말하는 것일까?
자기가 일군 것만을 먹으며, 첨가물을 섞지 않고 먹는 인물에 대해서 자서전을 써주려고 하던 마음을 포기하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언어는 어떤 경우에도 사회의 두 측면에서 배척당한다.
옳은 말을 하는 경우에는 항상 권력으로부터 테러를 당해 왔고,
타협하고자 할 경우엔, 인간의 이상과 어울리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언어사회학서설...이란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언어는 인간의 집이면서,
인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자서전들 쓰십시다~는 자서전은 자기가 쓰자...는 단순한 외침을 넘는 언어학적 시도가 있다.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경지, 언어 도단의 경지...라는 말장난을 그만두자는 이야기일는지도 모르겠다.

부처님의 무소유 이야기하는 절집이 통행료 받고,
예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교회가 첨탑 쌓는 세상에,
차라리 무소유나 사랑이란 잡소리란 집어 치우란 메아리인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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