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소설 속엔 반드시 한국 전쟁과 노인이 등장한다.
늙어가는 자신의 심정을 글로 남기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지만, 그는 한국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늘 관찰자의 시선에 머문다.
박완서가 추구하는 리얼리즘의 한켠에 자리한 한국 전쟁은 그가 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생생하다.
엄마의 말뚝2...는 죽음을 앞둔 노인에게 트라우마가 정신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박완서의 소설을 읽는 일은, 김수현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랑 흡사한 체험이다.
독자의 미묘한 마음 구석을 콕콕 찌르고 다니면서 인간의 요상한 국면들을 형상화하는 재주가 그들에겐 신기할 정도로 드러난다.
물론 여성들의 심리이긴 하지만,
노년층 문학을 만들어가는 그는 불효자이기만 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의 삶들의 마음을 쿡쿡 찌른다. 김수현이 엄마가 뿔낸 이유를 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쓰는 재주가 뛰어난 이야기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박완서의 소설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