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별 쓰잘데기 없는 책도 책꽂이에서 내다 버리기 아까워하는데,
우리학교 처녀 선생 하나는 작년에 아이들이 상으로 받아온 거긴 하지만,
소설집을 교무실에 비치해 두었다.
그래 틈틈이 자습 감독때, 일하기 싫거나, 모의고사 치는 날, 도서관에서 책을 미처 빌려오지 못했을 때, 그리고 문제집에서 만난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보게 된다.
이 책은 이외수 글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읽었는데,
이외수의 고수는 뜻밖에 짧게 끝나서 좀 허탈했고,
김원우의 무기질 청년과 김성동의 오막살이 집 한 채를 재미있게 읽었다.
김원우의 소설은 늘 낯설다.
그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냉철한 의식이다.
그 냉철한 의식은 사회의식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관조이기도 한데,
그런 걸 소설에서 만나는 일은 생뚱맞다.
나쁘게 말하면 형상화에 실패했달까,
소설이 형상화에 실패한 건, 재미없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김성동의 소설은 여운을 준다.
바둑판과 이어지는 나그네 이야기는 우리 삶에 한 줄기 의지할 데를 열어두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김동리의 역마에서 그렇듯이 우리 삶에 던져진 한 줄기 동앗줄은 헛되고 헛되다.
단편들을 읽는 재미는, 인물과 온가슴으로 만나지 않으면서도,
그의 이야깃거리 하나에 홈빡 빠지는 맛이라,
날마다 먹는 주식과 달리, 포도주도 한잔 곁들이고 살짝 피도 배어나온 스테이크를 썰면서, 마무리는 달큼새콤한 샤벳이나 구수한 커피라도 한잔 마시는 멋이 있어야 하는데,
출근길에 듣고싶지 않은 뉴스거리를 전해주는 뻣뻣한 앵커의 라디오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소설을 읽는 노릇은,
재미도 없을 뿐더러, 직업상 읽어야 하는 것에서도 거리가 있어 좀 시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