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그의 입석부근을 읽은 느낌의 연장선에 이 소설은 있다.
삶의 통찰치고는 꽤나 시니컬함인데,
사는 게 뭐 별거냐.
우리같은 프롤레타리아들에게는 저물녁 밥먹고 나서 개가 제밥 챙겨주길 바랄 무렵 나오는 개밥바라기별같은 게지. 가진 넘들에겐 샛별이란 이름으로 불릴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시점을 이동시켜가며 이야기를 꾸리고 있는데,
시점을 분산시킨 효과로 서로의 심리를 적실하게 읽어주는 맛에서는,
다이 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별이 확 깎였다.
별을 또 하나 깎은 것은, 황석영이 자기 이야기를 해 주길 바랬는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데 있다.
성장소설을 통하여 그의 문학 인생에 뚫린 간극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는데,
객지, 한씨연대기, 장길산 등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필력이 아쉽기 그지없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257)
그저 이렇게 사는 걸 한번 바꿔보려고 해.
말하자면 기러기라든가 산토끼라든가 다 스스로 알아서 살잖아.
땅이 좀더 컸으면 좋았을텐데. ...
언젠가 보니까 국도변에 차들이 씽씽달리는데, 개 한 마리가 혀를 길게 빼고 일정한 걸음걸이로 달려가는 걸 봤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는지, 꼬리 뒤로 목줄을 길게 끌고서.(250)
자퇴를 하고 나서 맥놓고 걸어가던 하굣길이 생각난다.
막상 일을 저질러놓고 나니 이제부터 내 앞에 놓인 길은 어디나 뒷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186)
나 권투 좋아해요. 사각 링에 딱 갇히면 각자 무지하게 외로울거야.
온 세상에 바로 코앞의 적뿐이니까.(205)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줄라구 얘, 너 학교 안 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 깨다 하는 그런 나날.(227)
사람은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것이다.
거기 씨팔 하나쯤 붙여서 신나게 살면 더 좋다. 그게 멋있는 거고.
짐승들도 제 스스로 사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딘지 모를 목줄에 모가지를 매달고, 어딘지도 모를 길을 매일 달린다.
인간들은 모두 온 세상 바로 코앞에 적뿐인 사각의 링에 매여 사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팍팍하고 빡빡한 삶에서 놓여나는 일은,
고등학생의 자퇴처럼... 맥놓이는 일이고, 뒷길로 접어드는 길인지도 모른다.
삶은 그런 것인데,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어른의 삶으로 뛰어드는 사춘기야
당연히 그렇게 분간이 안 되고 맥풀리는 시절일는지도 모르겠다...
황석영의 건투를 빈다. 다음 소설엔 별 다섯 개를 꼭 붙이고 싶은 작가에게 별 셋을 다는 일은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