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50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학교들을 둘러볼 기회가 몇 년 전 있었는데, 혜천 여학교의 도서관을 가보고는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일본놈들을 미워만하고 있었던 나에게 일본은 '정신'을 가진 대국으로 비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도서관에 대하여 학교는 엄청난 재력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중고생들이 4층이 통으로 뚫린 도서관 공간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보는(물론 그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모습을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끔 우리학교 도서관을 가 본다. 아이들이 가끔 들어온다. 에어컨 앞에서 좀 떠들다가 내 눈치 슬슬 보고 나간다. 책을 빌리는 녀석은 별로 없다. 사서 선생님에게 여쭈어보니, 독서광이라 할 만한 아이는 별로 없단다. 하긴, 나도 귀찮아서 독서 동아리 활동 같은 거 꿈도 못 꾸고 있다.

부산의 초읍 도서관은 크다. 작년에 독후감 채점하러 한번 갔었는데, 건물이 크긴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책은 상당히 많이 갖추고 있다. 부전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오래되어 꾀죄죄하다. 전체적으로 어둠컴컴하고 특히 종합자료실의 대부분은 서가인데, 앉을 자리는 50석 남짓이다. 토욜이면 미어 터진다. 거기서 무슨 창의적 작업이 가능할 것인지... 비극적이다. 책을 빌려서 열람실에라도 올라갈라치면... 거긴 '독서실'이다. 고시생들 내지 중고생들이 시험 공부한다고 북적거린다.

도서관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고 하는데, 한국의 도서관 열람실에는 중고생들이 '독서'하지 않고 '열공'하고 있다. 미래가 어둡다. 아니, 깜깜하다. 거기 책읽는 중고생은 거의 없다.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제법 책보는 아이들이 있다. 아니, 어린이들도 거의 없다. 초딩들은 이미 피시방이나 학원으로 가고, 유아들이나 있다. 엄마들이 데려다 놓으면 떠들고 놀다 간다.

투모로우의 대피처로 나와서 유명해진 뉴욕 공공도서관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장미 열람실... 독서를 상징하는 꽃, 장미. 장미 열람실은 지식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뜻이란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도 도서관에 관련된 이야기고, 스페인의 '책의 날'엔 장미와 책을 선물한단다. 우리도 좀 하자. 책의 날. 4월 23일. 장미열람실에 쓰인 경구 : 좋은 책은 우리 영혼의 귀중한 생혈이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할 지어다.

카네기가 자선 사업으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 : 나는 대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이유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도서관은 큰 듯을 품은 자에게 책 안에 담겨 있는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책을 읽는 취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의 취미를 멀리할 수 있게 한다. ... 멋진 말이다.

미국 전역에는 맥도날더 햄버거 점포수(12,000)를 상회하는 (15,000) 도서관이 있다. 이용자도 엄청 증가했단다. 아, 한국의 힘은... 올림픽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공부도 안 한 운동 선수들이 수업도 안 받는 운동 선수들이 금메달 따서 쇼비니즘의 희생양이 될 때, 국민을 위한 돈은 쇼~~~에 다 들어간다.

정조 임금의 규장각이 설치되었던 '주합루'에 대한 관찰은 오히려 현대의 도서관의 무식함에 비교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서울대에 설치된 규장각이 앞이 꽉 막힌 구조로 답답함에 갇힌 걸 보면, 정조 시대의 눈이 현대인에겐 없다.

훔볼트 대학 정문에, 아인슈타인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 나는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정열은 있다. 한국 대학 앞에는 온통 피시방과 전화통 가게로 드글거린다. 그들에게 정열이 있나?

알프스 산중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도서관 사진을 보면서,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얀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마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홀처럼 아름다운 도서관... 나는 미녀와 야수의 벨이 되고 싶은 꿈을 얼마나 꿨는지 모른다. 천장의 프레스코화들과 어울린 하얀색 장정의 도서들... 도서관이 없는 수도원은 무기고 없는 요새와 같다... 도서관에서 독서하지 않는 대학은 나라를 말아먹을 준비를 하는 자들로 넘쳐나는 것은 아닌지... 나는 몹시도 두렵고 두렵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의 조지 부시 도서관.

지금 부시의 아버지 부시의 부인, 바버라 부시가 독서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초딩때 난독증이었던 지금 부시(역시 모자란이었군)를 위해 열공시킨 엄마.
그리고 지금도 부시 여사는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독서교육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아, 한국의 정치가들은 뭔가, 밀려나면 죄인이 되고, 득세하면 다시 적군을 유배시키는... 아직도 그런 반복에 머무른 건 아닌지...

The Home is the child's first school,
the parent is the child's first teacher,
and reading is the child's first subject. - Barbara Bush

앞선 인쇄 문화를 보여주었던 한국의 과거 문화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런 책에 보여줄 것이 기껏 팔만대장경판 보관소 정도인지...
세계 몇 위라는 경제적 대국이 가진 것이 그런 꾀죄죄한 도서관 뿐인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마다 5천만원씩 줘서 '도서관' 환경 개선 사업을 하라고 했더니,
모든 학교들이 책상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했다.

도서관 환경 개선 사업이 인테리어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삽질의 미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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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일본여행에 동행하신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조월례선생님이 일본도서관을 가볼때마다 일본의 미래에 겁이나고 무섭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현재의 교육을 보며 정말 우리의 미래가 걱정됩니다.ㅜㅜ

글샘 2008-08-31 0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한 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둡습니다. 도서관에 책이나 아이들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죠. 아이들이 모두 쓸데없는 시험, 시험에 매달린다는 겁니다. 초딩들 한자 시험, 한국사 시험, 토익 시험, 컴터 시험... 내신 시험, 수능 시험... 삽질의 연속이죠.

산들바람 2008-08-3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글이 너무 공감되어서 네이버 제 블로그에 출처 밝히고 가져 갑니다^^

글샘 2008-08-31 01:38   좋아요 0 | URL
하, 이 글이 뭐... 퍼갈 만한 건 아닌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