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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스카프 ㅣ 아침이슬 청소년 2
지앙지리 지음, 홍영분 옮김 / 아침이슬 / 2006년 1월
평점 :
중국의 문화 혁명.
그 용광로같은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한 청소년이 나이들어서도 아직 그 생생한 기억을 잊을 수 없어 기록으로 남긴 자전적 소설이다.
돈을 가진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 그래서 많이 배운 사람,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노동, 농민 계급의 홍위병들이 하방하던 시절에... 꿈으로 가득찼던 주인공 소녀는 온갖 좌절을 겪으며 그 험난한 시기를 겪어 낸다.
그러면서도 마오쩌뚱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중국의 혁명 이야기...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소설처럼 절절한 마음이 쓰여지진 않았지만, 청소년기의 성장소설인데 청소년들이 읽으려면, 문화 대혁명에 대한 지식이 좀 필요할 듯 하다.
한국의 4.19가 과연 혁명이었던가?
그 이전의 친일파를 제대로 쇄신하지 못하고 5.16 군사 쿠데타에 가려져 버린 미완의 혁명.
5.16을 오히려 혁명이라고, 혁명의 정신을 도적질했던 군인들의 추악한 역사.
5.18의 광주는 그 안에서 혁명의 용광로가 끓어오르고 있긴 했지만...
군부 독재의 탱크에 처참하게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87년의 6월은 6,29의 속임수에 만세를 부르고 말았다. 그 이후의 노동자 대투쟁과 방송국의 투쟁들도 노태우에게 기어들어간 03의 행태와 죽음의 굿판으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이제 08년 여름, 형식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시 독재 국가로 돌아선 신공안정국 앞에서 촛불은 외로이 서있지만, 결코 이 촛불은 외롭지 않다.
딴나라당-친일파-조중동-뉴롸이트의 수구 꼴통 세력들에게 '경제'를 맡겼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칼자루는 그들에게 넘어가 버린 것. 민주주의를 배우기에 너무 큰 비용을 들이고 있다. 슬프다.
그렇지만, 생활 속에서 혁명에 버금가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 싶다.
물론 싸움이 딴나라당, 친일파, 조중동, 뉴라이트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조중동을 잡기 위한 광고 저지 투쟁, 방송국 지키는 촛불 운동, 아프리카, 615 방송 등을 통한 전국민의 참여 가능성, 따날당에 대한 지속적 비판과 관심... 이런 것들은 100분 토론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온갖 쇼프로그램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각종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 시사투나잇과 피디수첩 같은 프로그램들을 공유하고 돌려보는 속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교양을 높여나가고 있다.
혁명은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미완의 4.19는 08년 촛불로 태어난 것 같다.
아직 잊혀진 과거를 되살리는 것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지금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촛불의 투쟁들은 수구 꼴통들이 헛다리짚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서울 광장을 오세훈이가 잔디로 막아두곤 있지만, 공공노조의 대통령 불신임 등의 투쟁은 새로운 형태의 싸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위부대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 주부들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촛불을 처음 든 중고생들의 문제 의식이 한국의 촛불 혁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20년 뒤에, 08년의 촛불의 물결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