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순례를 하는 동안 과연 고통이란 무엇일까 끊임없이 물었다.
결국 고통이란 '이해하지 못함'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믿음을 가져야 한다.
고통이란 결국 우리의 자세에 달려 있다.(258)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이라는데, 당연히 나는 모르는 그가 야고보 길 순례에 나선다.
내가 언어나 생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250).는 그것을 깨달으러 가는 길이 그 길이 아닐까?

문자나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언어도단의 순간, 불립문자의 시간을 맞기 위해서 말이다.

삶의 기쁨이란 아마도 개의치 않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기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는...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실망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다시 기대를 낳는다.
희망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희망을 낳는다. 개의치 않는 것이다.(95)

김홍도의 이 그림을 보노라면... 개의치 않는 내려놓음이 보이는 듯해서 내 책상 앞에 붙여둔 스님의 그림이다.

어쩌면 나는 산티아고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도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102)

그렇다. 산티아고에 가는 길은 꼭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이 묵은 곳은 한결같이 알베르게였는데, 독일의 스타인 그는 지저분하고 불편한 알베르게에서 묵지 않는다. 호텔이나 모텔같은 곳에서 편히 쉰다.
그다지 가난하지 않은 순례자들이 왜 종종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 그런 끔찍한 곳에서 묵으려 할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것도 그렇다. ㅎㅎ

집에서는 외관상으로 매일 다르게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거의 변함이 없다. 여기서는 외적으로는 똑같으나 내적으로는 매시간 달라진다.(179)

매시간 달라지는 내면을 찍을 수 없을 바에야...
그의 책의 독특한 점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감동적인 추억의 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도 그는 시니컬하다.
한국의 많은 책들에서 길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고 그려져 있지만, 그의 이 책에선 지긋지긋한 인간들의 군상이 거기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힘들 때, 우주에 명령을 내린다는 셜리 맥클레인의 책 이야기도 신선하다.

자유를 찾으러 떠난 길에서 그는 두 친구를 만난다. 물론, 그들은 여성이지만 말이다.
길 위에 도가 있다. 그래서 길이 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도라고 부르면 더이상 그건 도가 아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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