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기행 - 천 년의 문화를 펜 끝에 담다
김영택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에서 언어영역을 가르치다보면 부작용으로 잡다한 지식을 엄청 주워 듣게 된다.
특히 비문학 지문에서는 문학 외에도 예술, 과학, 기술 등의 용어들과 무제한 접촉하게 되는데...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글들도 상당히 많이 읽을 수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이라면 비대칭의 대칭을 들 수 있고,
무위의 아름다움, 무아의 미를 찾을 수 있단다.
억지로 지어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그 아름다운 예술품같은 건축을 지은 이들이 어느 구석에도 제 이름 석 자 남기지 않았다는 것.

내가 이 작품을 지었다.고는 외치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짓느냐에 따라 그 쓰임을 가장 명확하게 건축으로서 증명해 보이는 건축미를 조선 건축에서 본다.

글쓴이와 그린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맛깔나게 잘 쓴다.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면, 그 멋진 그림을 좀 큰 도록으로 실어주지 않고, 책의 가운뎃금에 맞물리도록 수록해서 감상하는 이가 책을 억지로 구겨서 펼쳐야 겨우 전체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 두었다는 것이다. 좀더 친절함이 필요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수십만번의 펜의 흔적이 이룬 명작들에 콱! 적힌 작가의 이름이 조금 보기 싫기도 하다. 한국의 건축미가 소박하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진 그것이라고 극구 칭찬하던 이가 말이다. 서명도 좀더 자연스레 했더라면...

양산 팔경의 강선대, 함양 화림동의 거연정과 농월정, 거창 위천의 요수정, 봉화의 청암정, 강릉의 선교장 등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마음 속에만 담아 두었던 함양의 농월정이 방화로 소실되었다 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소쇄원을 제대로 보려면 장마철에 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구절을 만나고 혼자 빙긋이 웃었다.
몇 해 전, 교육과정 강연에 나설 일이 있었는데, 시간을 미리 내서 소쇄원을 들렀더랬는데,
그날 하필이면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운전하기엔 고생했지만,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소쇄원을 독차지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멋진 바위와 물과 소나무의 삼합을 둘러싼 펜화의 운치를 함빡 맛볼 수 있는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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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5-2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일보에 연재되는 그 양반의 그림을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보곤 했는데
책이 나왔군요. 보고 싶은 책이네요.

글샘 2008-05-24 02:11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깊은 맛이 있습니다.
정말 눈 크게 뜨고 오래 보게 되데요... ^^

순오기 2008-05-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중앙일보 구독할 때 즐겨 봤어요. 지금은 경향신문 구독중!^^

글샘 2008-05-24 02:12   좋아요 0 | URL
아~ 중앙일보~
글도 맛깔나고... 멋진 그림도 매혹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