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를 바라보며 창비시선 153
민영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영의 시집 流紗를 바라보며...를 읽으면서, 아니 그 제목을 봤을 때부터 고야의 그림 '개'가 떠올랐다.

시들을 읽으면서 내내 그 그림을 놓을 수 없었다.



<고야, 개>

고야의 그림은 특이하게 세로로 길쭉한 그림인데, 흐르는 모랫더미에 파묻힌 듯한 개의 머리 부분만이 드러나 있다.

개는 어딘가를 애처롭게 응시하는데, 모래로 보이는 뭔가가 계속 유입되고 있으며, 그것은 개를 더욱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개의 가까운 미래는 그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화면 가득 칠해져 있는 황금빛은 희망의 빛깔이라기 보다는 짙은 좌절을 담고 있는 절망의 황톳빛처럼 보인다.

이 시집의 표지에 나타난 빛깔도 마찬가지다.

흐르는 모랫더미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는 흐르는 시간이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민영의 이번 시집에서 독특한 것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멀쩡하게 살고있던 자기들의 땅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그들을 보는 일은 언제나 신산하기만 하다.

내 마음 속의
푸른 연꽃은 시들고
검게 탄 줄거리와 구멍 뚫린
씨주머니만 남았습니다.

저 당홍빛 구름 위에
오롯이 자리하신 부처님

이몸이 떠나야 할
유사의 끝 보리수나무 그늘은
아직도 멀었습니까?

소리개 한마리
허공을 맴돕니다.
<유사를 바라보며> 전문

역시 이 시를 읽고 나서는 저 그림이 맴돈다. 희망보다는 끝이 가까워보이는 절망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