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길 위에서 내가 만난 노자
박종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노자를 읽는다.

세상은 온통 싸움터다.
전선이 형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싸움으로 가득하다.
중고생마저 미친 소 수입 반대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가들은 거기 없다. 대학생들도 거기 없다.
물론 거기는 많은 대학생들이 있었겠지만,
중고생들은 딱, 보면 알 수 있지만 대학생들은 어른들 사이에 끼어있기때문에 분간이 안간다.

무엇이 아이들까지도 길거리에 나서게 했을까?
그 아이들이 학교 자유화라는 희한한 사기극에 분노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이들이 길거리에 서는 일은 이제 당연해 보인다.
취업길이 막힌 대학생들이 갈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길거리고,
대학 갈 길이 막힌 중고생이 설 곳도 길거리다.

집시법 운운 하는 꼬락서니가, 조만간 학교 안에서 다시 교칙에 불온한 학생 퇴학시키라는 광풍이 몰아닥칠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온통 전쟁터인데, 부질없는 싸움일랑은 집어치우리는 말은 어쩌면 비겁해 보인다.
노자는 그렇게 어정쩡한 자리에 서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삶의 본원을 찾는 길에 접어들면 노자의 도덕경은 진리의 길과 실천의 길을 나누지 않고 가리킨다.

그 길은 서편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고, 달마가 가는 동편 길일 수도 있고,
바라나시나 아프간의 팍팍한 사막길일 수도 있다.

며칠 전 통도사 사명암인가 하는 곳에 들렀다 노스님을 만났다.
그 노스님도 암자 하나 얻어서 거처하면서 제법 도인인 체 하는 꼬락서니가 우스웠다.
새로 정자를 열심히 만들면서, 제목은 '무작정 無作亭'이라 붙였다.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싶다.
자기 사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랫것들이 꼬물대고 있지만,
자기는 깨끗한 체 하지만... 사실은 구물거리는 벌레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면서...

이 책은 박종인이란 사람이 여행한 기록을 남긴 기행문에 가깝다.
말미에 노자의 구절을 적고 있는데, 도덕경과 어울리는 글이나 사진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렇지만 제법 세상 구경을 많이한 사람 이야기라 재미있는 글들이 꽤 있다.

다만, 노자에게 가는 지름길은 아니어서 노자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경숙의 책이 가깝다 싶다. 허나, 어떡하랴. 길은 질러간다고 빠른 것도 아니요, 외돌아 간다고 느린 것도 꼭 아닌 것을...

화단 빨갛게 고혹적인 장미 꽃잎 뒤에 까맣게 벌레들이 붙었다.
벌레 붙어 있어도, 장미는 괴로워하는 표정조차 없다.
다만, 내 맘이 쓰여서 약을 치든 가지를 치든 할 노릇이다.
내 맘이 쓰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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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미로 2008-06-1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의 원본인 줄알았어요^^ㅋㅋ 기행문이군요^^

글샘 2008-06-21 01:59   좋아요 0 | URL
네. 원본 아니에요. 그래서 리뷰가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