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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작가는 턴 ◀▶, 스킵 ▶▶, 리셋 ◀▶이란 레코딩 용어를 빌려서 인생을 관조하려 한다.
턴은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사람이고,
스킵은 휘리릭 시간을 건너뛰어버린 사람이고,
리셋은 새로운 만남을 기획하는 <인간과 시간의 3부작>
멋진 기획이라 생각한다.
열일곱 소녀가 잠을 깨면 25년의 시간을 훌쩍 넘은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자기만한 딸과 함께... 당연히 아저씨는 남편이고...
고등학생의 정신으로 마흔 두 살의 여교사 역할을 잘 해내는 이야기.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사춘기 이후로 육신만 늙어가지 정신 연령을 그닥 깊어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수긍이 가게 하는 소설.
주인공 마리코가 선생님이 되어 진행하는 수업도 재미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어 발음이 이타다키마스라니... ㅎㅎㅎ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발음들이 나보다 열일곱 살 많은 작가에게도 아름답다니 즐거웠다.
나도 오치쓰쿠를 좋아한다. 차분한... 미테고란도 좋다. 봐봐... 난 코모레비도 좋아하는데... 그건 없었다. ^^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 햇살이란 뜻...
어두울 암 暗에는 왜 날일 日자가 둘이나 들어있는데 그리 어둡냐는 질문에 대한 현명한 대답.
나도 그런 현명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반짝이는 빛 오늘이라는 날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답다
빛나는 생명 지금이야말로
그대는 아름답다..."
선생 마리코가 쓴 이 노랫말이야말로 기타무라 가오루가 쓰고 싶었던 말인지 모르겠다.
시간의 무심한 덧셈때문에 가차없이 뺄셈이 행해진 인생.
지나고 보면 다 그렇지 않나? 이런 표현을 찾아낸 작가는 그야말로 일본인다운 발상. ^^
리모트콘트롤과 이모토 콘트롤(여동생) ㅋㅋ 재미난 말들과 여고생들의 풋풋한 말들로 가득한 이 소설은 삶의 시간성을 반추해 보기에 "장자"의 곰팡내보다 상큼한 접근이 신록의 신선함을 가득 선사하는 그런 소설이다.
이런 글을 읽으면, 나는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혹시나 이십 년 전의 내가 스킵하여 여기 존재하는 거나 아닌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만약 삶이 계속 터닝으로 반복된다면... 내 삶은 살아낼 만한 것일까?
그리고 새로 계속 리셋의 상황이 된다면... 나는 누구와 만나고 싶은 것일는지...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다.
오늘이라는 날.
반짝이는 빛을 보고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다움을 깨달아라.
그대야 말로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