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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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개인의 기록이라고 알고있지만, 사실은 사적인 일이란 것은 없다.
완전히 사적인 일이 없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사회적 인간'이 되는 일을 '의식화'니 '좌경화'니 해서 불온하고 나쁜, 벌받아 마땅한, 그러면 천국엘 못 가는 엉덩이 뿔나는 일로 가르쳐왔고, 홍보해왔고, 날조해왔다.

그렇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면 그넘은 감옥에 넣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헌법 정신이고, 이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한국에 오면 다이 die 할 것이다.

한국의 정신에는 분명 고결한 것들이 있다.
그러기에 벽안의 스님들이 가부좌를 틀고 싶어하는 종교도 이 땅에 있고,
박노자처럼 이 안쓰러운 사회에 대한 상념들로 자기 일기장을 가득 채우는 이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정신은 '쩐'의 정신과 '바나나'의 정신으로 단단해져가는 현실을 보면서,
금수강산 아름다운 국토를 삽질로 인위적 물길아래 점령하려 하고,
제 나라 정신을 담은 언어조차도 "쩐"이 되는 영어몰입 교육 아래 잃어버리는 세상이니 사회적 발언을 하자면 끝도 없을 노릇인데...

지난 주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줄 알았던 '교육 완전 자율화' 기사들은 각 포털에서 알아서 물밑으로 가라앉혀버리는 속셈들을 본다면, 언로를 막는 일은 수십 년 전의 독재 시절이나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미국산 소고기를 적극 수입하고, 일본에게는 사과하라는 구태를 버리겠다는 명명박박한 정신으로 국가를 활짝 개방한다면, 이 나라를 미화 米化하는 속도를 더욱 가속하겠다는 일인 셈이지.

국가의 치안이 상당히 강한 나라로 여겨졌지만, 구석구석 강력범죄들이 횡행하고, 급기야 엄마들이 초등학교 앞에 장사진을 쳐야 하는 무서운 나라로 전락했지만,
또 그걸로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벌어들이는 아이러니한 나라.

박노자처럼 한국 사회에 왕관심인 이가 한국 사회를 읽어주는 일은 반갑지만,
진중권, 강준만같은 이가 이런 일기를 내준다면... 하는 아쉬움도 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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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2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박노자에 반해서 이 책도 샀지만, 읽기는 상당히 버겁고 두려운 책...조금씩, 간간히 하나씩 읽고 있는 중입니다.ㅠㅠ

글샘 2008-04-22 13:42   좋아요 0 | URL
조금씩 읽어야죠. ^^
박노자의 이야기는 날카로워서 아프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걸 긁어주니 시원한 맛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