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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풀잎노래 ㅣ 창비시선 114
양정자 지음 / 창비 / 1993년 6월
평점 :
한국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다??? 상대적으로...
상대적이란 것은 무엇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인데...
정말 저 잘 사는 나라의 교사들과 비교해서 월급이 많다는 것은 아닐테고...
이달 내 월급 통장에는 270여만원이 입금되었는데...
아내가 벌지 않고는 그것만으로 도저히 살 수가 없는데,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다는 말에 이해가 안 간다...
그렇지만 또 많은 이들은, 선생들은 놀고 먹으면서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은 거지... 할게다.
방학도 놀고, 놀토도 있지 않느냐면서...
방학에 보충수업하면 월급 이중으로 타먹는 거 아니냐면서...
인터넷에서 '교사'는 복지부동, 무사안일, 비리꼴통...인 모양이다.
학교 안에서는 알콩달콩 아이들과 매일매일을 기싸움으로 보내고 있건만...
이 시집은 한 15년 전쯤, 그 이전의 글들을 모아서 내신 양정자 선생님의 글들이다.
간혹 여기 저기서 읽은 시들도 많았지만, 선생님의 시선이 영 따사롭고 촘촘하다.
시인의 감성은 그런 것이다.
옆자리 교사가 힘겹게 엎드려서 피곤에 절어 졸고 있을 때조차 그냥 넘어갈 수 없고,
아이들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온 신경 팽팽하게 하는 은총의 샘물이 되는 그런 사람.
멍충이같은 아이들 하나도
그이에게 다가가면 꽃이 되고 의미가 된다. 이름이 있게 된다. 비로소...
이십여년 선생짓을 하면서/ 죄가 많다면/ 아무 것도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아이들 스스로의 눈부신 자라남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기만 했던 죄
늘 아프게 깨우쳐주며 가르쳐준 쪽은/ 선생인 내가 아니라/
자라나는 풀잎처럼 늘 새로운/ 아이들, 바로 그들 자신이었네.
<선생의 죄> 전문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생 월급 적지 않다고 겸손을 부릴 일인지 모르겠다.
하긴 천사에게 돈이란 별 가치가 없는 것일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악마들은 교사들이 '성직'을 고수하면서 멍청한 천사로 머무르기를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공부도 신통찮은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참견 안 하는 데가 없어
친구들과 유난히 잘 다투는/ 입이 참새처럼 뾰죽 튀어나온 박현주
아무리 야단쳐도 말다툼 그칠 날 없네/ 생각다 못해 1학기 성적표 가정통신란에
'마음이 너그럽고 이해심이 깊어/ 친구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습니다.'라고
은근히 정반대로 부추겨주었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2학기부터는 싸움한번 안 하고/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워졌네
눈부신 꽃으로 보면 더욱 눈부신 꽃이 되고
하찮은 돌멩이로 보면 여지없이 돌멩이로 돼버리는
기대한 만큼보다 훨씬 더 이루는
무한 가능성의 놀라운 아이들
<기대> 전문
아이들을 보는 눈을 배워야 한다.
아직도 아이들을 의심의 눈으로, 미덥지 못하게 바라보는 내 곱지 못한 시선을 봄볕에 살포시 녹여 볼 일이다.
몇년 지나면 마침내
아무도 찾지 않고 잊혀지는 중학교 선생... <중학교 선생>에서
이런 것이 무명 교사의 즐거운 노래임을 오늘도 양선생님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