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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왜 쑤퉁 소설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소설집이라고 하지.
옛날엔 모택동, 상해 하던 중국 발음을 마오나 상하이로 표기하면서 나는 왠지 뭔가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 쑤퉁도 마찬가지다. 한자로 蘇童이라고 하면 왠지 소동파의 상고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취가 있는데, 쑤퉁이라고 하니 그냥 퉁명스런 이름으로 들린다. 익숙해진 것을 놓치는 아쉬움인 모양이다.
이 책엔 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처첩 성군은 영화 '홍등'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한다. 처첩들이 무리를 짓는다는 제목처럼 권위, 시기, 암투로 점철되는 네 여인의 이야기가 슬프면서도 처절하다. 운명 앞에서 슬픔은 아무 것도 아닌지 모르지만...
이혼 지침서는 비교적 현대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만 이혼하고자하는 남편이 니체를 끼고 자는 철학자인 것이 이야기를 점점 우습게 이끌고 있다. 코미디라고 하기엔 주제가 진지하고, 그렇다고 남편이 찾은 것이 진실한 사랑도 아니어서 현대인의 비극을 반영하는 소설이 되고 있다.
등불 세 개는 슬프고, 몽환적인 비극 동화 한 편이다.
바보가 누워 잤다던 관을 읽으면서, 서울역 앞 노숙자들이 박스로 만든 종이관에 매일 누워자는 모습이 생각났다.
http://www.hangaram.co.kr/~j2348sh/ch-e/20080225_240608_001_hq.wmv
쑤퉁의 소설을 읽는 일은 처음엔 잠시 지루하다가, 중반엔 홀딱 빠져들었다가, 읽고 나면 운명의 무게를 짐짓 느끼게 되는 생각의 맛이 느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