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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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장 최근에 전쟁이 있었고, 그 전에 식민지 시대가 있었다.
그 이전엔... 조선이라는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였던지...
그냥 세종 대왕(왜 얘만 대왕이야?)이 훌륭하고, 정조가 개혁 정치를 하려 했다던 것이 혹시 날조는 아닌지...

조선은 숱하게 많은 천민으로 밑바침된 사회였다.
그 여운은 신분제가 철폐된(갑오개혁때쯤)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신분제는 여전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쌍놈의 새끼"는 '개새끼'보다 심한 욕이다.(여성을 일컫는 "썅년"은 더욱 속된 욕이지만... 사실 '상놈'은 천민도 아닌 평민, 즉 농민을 일컫는 말이다. 양반은 평민을 이렇게 얕잡아 본 것이다.)
신분제는 그냥 철폐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산 수단(토지와 인력)을 지주가 가지고 있었고, 지주는 토착 양반이었으므로 그 선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었겠다.

식민지 사회는 더욱 깊은 골을 파고 말았다.
지주들은 '부자들의 인격'을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경주 최부자처럼 유명한 집안도 있다.
흉년에는 지대를 걷지 않고, 결코 싼 값에 땅을 사지 않고...
그렇지만, 대부분의 지주들은 친일파에게 땅이 넘어가고 말았지.
그랬으니 해방 후 북측에서 이루어진 토지 개혁에 농민들이 감사를 표했던 일은 당연한 일이지.
남측에선 유상 분배였으니 다시 친일파 세상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고...

식민지 시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쌍놈처럼 취급했고, 그 폭력적 사태는 최근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군인들이나 경찰들의 진압 상황에서 농민이나 노동자같은 시위대를 방패로 찍어대는 데서도 '관'의 '민'에 대한 경시가 담긴 것이 아닌지... 한다. 오늘 대통령 당선인이 '경찰, 맞지 마라'고 했다는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눈높이에 경악할 일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유명하다. 한국의 사농공상의 제도는 유명하지 않을 뿐, 그보다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그리기 보다는 그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가르치기 위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좀더 감동적인 책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교육열도 비슷한 접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를 좋아했던 박정희처럼, 가난하면 쌍놈 소리를 들었던 나라에서 쌍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돈을 버는 일인데, 돈은 돌고 돌지만 애비에게서 아들로 돌고 돌지 부자에게서 가난한 이이게 돌고 도는 법이 적어서 학력을 취득하여 전문직이 되는 것이 가장 먹고 살기 손쉬운 길이었으리라.

교육에 올인하는 그 열정이 바로 '천민 사회'와 연관있어보여 몹시 씁쓸한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반면, 본인의 이야기가 좀 재미적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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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2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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