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
윤원근 지음, 조진옥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오십선의 제일 첫 권이 하필이면... 군주론이란 말인지...

숭례문이 국보 2호만 되었어도 소실의 실망감이 덜했을지 모른다. (국보의 숫자는 그야말로 번호에 불과하다. 중요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
제 1이란 것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는 것인데, 인류의 고전 중 마키아벨리즘이란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군주론이 첫권이라 읽고 난 지금도 의아하다.

마키아벨리즘은 군주가 왕도정치를 펼칠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과장되어 상당히 부정적인 표상을 띠고 있는 용어다. 군주론을 읽고 나면 그의 시대에 군주론이 어떤 의도로 쓰여진 책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쉽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못내 아쉬운 점은... 고전을 쉽게 풀어 쓰는 이유는 훗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어야 하는데, 군주론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이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처세에 배울 만한 것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시대적 배경이나 마키아벨리에 대한 장은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나, 본론에 들어가서는 점점 어려운 내용이 지루하게 펼쳐지고 있어 고전의 특징인 읽고 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진 않는다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비인간적인 시대, 비정한 시대, 계모가 정말 아이를 패 죽이는 시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체대생을 죽이는 시대에 군주론처럼 냉정한 책이 고전 중의 고전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환경과 문화재 파괴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하를 파려고 하고,
학교에서 무조건 성적 우수한 아이들만 기르겠다고 하는 자들이라면 올바름이나 타당함보다 냉정함이나 잔인함을 지닌 승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는지도 모르겠지만...

살벌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노자나 장자를 먼저 읽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이런 것들을 공무원의 단점이라고 하는데,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벤처기업처럼 모험 정신으로 무장하라는 일도 무모해 보인다.
물론 시대가 지날수록 '안정적' 직장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공무원들 중 나태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심을 잃으면서 무대뽀 정신으로 무장하여 모든 공무원을 적으로 삼는 정치가는 마키아벨리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상적 군주의 모습으로 로마를 배우려 하였다.
현대의 정치가가 군주와 같은 존재일 수는 없지만, 아무려나 어느 시대의 지도자든 좀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아이들이 장기 놀이를 하다가 묻는다.
선생님, 이 말은 <왕>이 맞아요? <장군>이 맞아요?
장기말은 한나라 장수 유방과 초나라 장수 항우가 싸우는 형국을 상징한 것이니, 장군도 맞고 그들이 나중에 임금이 된 것도 맞다.
그렇지만 조선의 임금 선조나 인조와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전쟁이 나자 졸라 도망을 갔다. 각하, 너무 가셨습니다. 해서 돌아갔다는 말도 역사에 있다. 그들은 왕도 장군도 임금도 대통령도 아니다. 결국 임란 이후 조선은 몰락했고, 이승만은 비행기 타고 도망갔다.
조선의 역사에서... 아쉽게도 배울 놈이 없다.

과정이 나빠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 이건 마키아벨리즘과 함께 쓰이는 말인데, 앞뒤 문맥 거두절미하고 써선 안 되는 말이다.
박정희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 해서 칭찬받는데 뭐, 박통은 마선생을 알는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광주 학살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배웠고,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인권을 배웠고,
IMF를 거치며 재벌의 비민주성을 배웠다.
그렇지만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아직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경제에 포섭되어 가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대에 <인간 문화>의 정신을 그리는 인문 고전의 제 1권으로 마키아벨리즘을 넣은 일은 탐탁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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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2-18 01:50   좋아요 0 | URL
네, 참고해서 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