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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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너 날 수 있어?'라는 질문에, 이런 진지한 대답이 있었다.(나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는 사람이 어떻게 날 수 있겠니? 하는 우답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나는 너일 수 있어. 정말 사랑하니까...

이 책을 살 때, 아내에게 보낸 편지라고 대충 읽고 아내에게 사 준 책이다. 몇 달이 지나서 아내의 사무실에 갔을 때, 이 책을 읽어 봤냐고 했더니,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다고 한다. 읽다 보니 별로 재미 없기도 하다. ㅠㅜ

아내가 늙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남편은 이제 세상에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쓴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우리는 둘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고, 죽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운전하면서 FM라디오를 틀어두기도 하는데, 음악은 거의 나오지 않고 말, 말, 말로 도배가 되는 일이 잦다. 마음은 없고 말만 많을 때, 짜증이 울컥 난다.

김정환의 시집 제목 중에 드러남과 드러냄...이란 책이 있다.
억지로 '드러냄'의 시대가 지금 이 욕망의 시대란 생각이 든다.
책은 많은데, 정말 마음을 쿡, 찌르는 책을 만나기 어렵다. 드러내려 함이 강하기 때문일까.
억지로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드러나는 아름다움. 그런 사랑.
그렇지만,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내게 줌으로써 '나'를 내게 준 사람에게...
이런 멋진 편지 구절을 쓰는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은 행복할 것 같다. 아내에게 좀더 자주 편지를 보내야겠다는 반성을 잠깐 한다.

우리 둘은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믿고 싶었는데, 당신만 혼자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니...
배우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이런 마음. 아름답다.

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 모양이다. 메모지에 긁적거린 걸 보면. 무의미한 인생, 지적이지 못한 인생 속에 과연 팍팍함만 묻어나오기 쉬울 것이다.
예술가적 직관과 감동이 어우러진 삶이라면 훨씬 풍족한 질적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늙어간다는 것'은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여기 있음으로써 다른 아무 곳에도 없음을,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하지 않음을...

늙어간다는 것이 그런 상실과 외로움을 만나는 일이라면... 늙어감이야말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공부가 필요한 종목 아닐까? 하긴, 누구나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늙어가고, 죽어버리는 게 삶이라지만...

'지금' 뿐이지, '항상'이나 '결코'가 아님을,
오직 이 생밖에 없음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음에도, 내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변명 같은 이야기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지루함을 느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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