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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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이런 좀 퐝돵한 제목의 소설을 만난다.
시꺼먼 표지엔 마우스가 하나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잘 모르는 임태희란 작가다.

요즘 '김태희의 똑똑한 카드 생활' 선전 정말 많이 한다.
차라리 김정은의 부자되세요란 싸가지없는 덕담이 훨 나았다.
서울대 나왔다고 돈 쓰는 데 똑똑하리란 되도 않은 작대기 긋기로 유치찬란한 광고를 만들어서는 죽어라고 내보내는데... 천만인이 쓰는 엘모카드나 쇼핑하는 알파벳의 현모카드에 눌리는지도 몰겠다.
세상은 오로지 욕망을 위해서 '긁으세요'로 일관하는 모양이다.

학교를 '출세를 위한 개인'들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가 표면화된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일은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미리 계획하지 않은 짓거리는 숱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더군다나 영어에 몰입하는 작태는 교육의 'ㄱ'도 모르는 광기의 표출에 다름없다. 정치권에서 '교육부' 없애는 데 반대하는 넘은 아무도 없다. 젠장~ 하는 생각만 든다.

이 소설은 허술하다. 작가가 발표 전에 교사 누구에게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했으면, 여고에 발령받은 새내기 선생들이 담임을 몽땅 한다거나, 몇 년 선배가 교무부장을 한다거나... 하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막을 수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여고생의 임신에 대한 그리고 낙태의 충격과 죽음에 이르는 문제 제기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담임 교사의 시각으로, 예술가인 어머니의 시각으로, 뱃속에 쥐를 키우는 미혼모 여고생의 시각으로 그려진 소설은 제법 탄탄한 구성을 갖는데...

결국 아이들의 성상담에 나서는 '마우스 잡기'는 좀 작위적이고,
아이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하는 마무리도 엉성하고 서글프다.

인터넷으로 온갖 잡스런 이야기들이 표출된다.
되도 않은 연예인들을 훈련시켜서 가수랍시고 춤을 추게 하고,
학생들은 무더기로 따라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여차하면 악플이 무더기로 달리고, 충격을 받기도 하고...

그렇지만, 몇 년 된 사이월드는 벌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아이들은 처음의 콘텐츠 채우기에 이젠 지친 느낌이다.

아이들이 잡고 있는 마우스는 오락으로 빠져 들어버린다.
더 이상 창조적이거나 건설적인 고민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을 기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 인생의 태어남이나 죽음 앞에서 어떤 일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담임 교사가 마우스를 잡는 일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옳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도 필요하고,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경제 대국이라고 뻥이나 치면서(이건희나 정몽준이네 돈 빼면 한국이 경제 대국이란 말은 순 뻥이잖냐?) 아직도 세계적인 유아 수출국임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정부는 부끄럽다.

학급문고로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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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2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으면서 너무나 가슴 아파 꺽꺽 울었어요. 딸을 둘이나 둔 엄마라서 더 했는지도... 우리 현실은 소설보다 더 참담하고 안타깝잖아요.ㅠㅠ

글샘 2008-01-25 13:55   좋아요 0 | URL
슬프죠. 답답한 아이들이 어디 속 터놓을 곳 없을 때...
세상은 먹구름으로 가득할 때...
교사가 들어주는 일 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
슬프지만, 교사란 직업은 그래서 보람을 찾기도 하죠.
아이들이 멀쩡하게 자라서 나타났을 때. 그걸 바라고 매일 사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