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의 책장수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지음, 권민정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밀착 취재란 면에서 '르뽀 문학'에 가깝다. 그런데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그 문체가 여느 소설 못지않게 매끄럽다.

전쟁 기록가인 작가가 아프간에서 우연히 중산층인 책장수 술탄 칸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가정에 들어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각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프간 여성들의 삶은 지난 역사에서나 현재의 역사에서나 불편하고 막막하다.

삼십 여년의 전쟁으로 팍팍한 사막으로 변해버린 나라.
그 먼지날리는 삶 속에서도 사랑이 싹트고 꿈이 일렁거린다.
그렇지만 레일라의 삶에 대한 막막하지만 새싹처럼 움트는 희망이 이뤄지기를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녀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사회라는 진흙과 전통이라는 먼지가 만든 교착 상태. 수백 년 된 전통에 뿌리내린 체계 속에서, 그리고 인구의 절반을 불구로 만드는 체계 속에서 그녀는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 교육부는 30분 거리에 있다. 도저히 갈 수 없는 30분. 레일라는 무언가를 위해 투쟁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 오히려 포기하는 일에 익숙하다. 하지만 틀림없이 어딘가에 탈출구가 있다. 그녀는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 레일라가 그 길을 찾아 가기를...

그들의 오랜 전통으로 알려진 '부르카'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았다.
"한 세기 전의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 따위를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거의 없었다. 부르카가 도입된 시기는 1901년부터 1919년까지 하비불라 국왕의 후궁 200명에게 부르카를 쓰도록 명했다는 것." 부르카는 이렇게 민중의 시선에서 상류층 여인을 감추는 상류층만의 의상이 되었고,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상류층 여성들이 부르카를 벗어 던질 때, 하녀나 가정부들은 안주인의 부르카를 주워서 쓰게 된다. 비극의 악순환.
중국의 전족도 이렇게 해서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하더니만...

남성 중심의 사고 방식이 온 나라를 뒤덮은 나라. 마치 2,30년 전의 한국 사회를 보는 듯 하다. 그 당시 축첩하는 남성들도 많았다 하니 과연 비슷할 만도 한 것인지...

소련군과 미군의 개입과 무자헤딘과 탈레반의 점령 등으로 오락가락하는 속에서 전쟁의 포화 아래 아프간의 먼지는 잠잘 날 없었다.

샘물 교회에서 좀더 생명수를 뿌리고 왔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멘...
세계 최극빈국, 최고의 유아사망률, 문맹률, 최대아편 수출국... 가난과 전쟁의 나라가 그 붉고 탐스런 양귀비 꽃밭처럼 희망의 꽃을 피울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Mogozarad! 카불의 어느 찻집 벽에 쓰인 낙서에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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