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 한승오 농사일기
한승오 지음, 김보미 그림 / 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하긴 먹물이 농사지으면 몸살이 떨어질 날이 없겠다.

한승오 씨가 고집스레 유기농을 배우면서 농사를 지어가는 이야기는 전에 '그래, 땅이 받아 줍디까'에서 읽었는데, 이 책은 연간 농사의 진행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2년간 적어온 것을 묶은 것이다.

글로 치자면 먼젓번 것이 더 찰지고 알찬 듯 한데, 농사꾼은 역시 1년 단위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보니, 일기 형식의 이 책이 농사일엔 더 가깝다 하겠다.

쌀에 대한 애착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착한 어린이였으므로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을 익혔을 뿐,
쌀이 어떤 땀방울을 지니고 태어났고, 그 쌀에 담긴 땅심까지를 알기엔 내공 부족이다.

한승오 씨의 글을 읽으면서 미래의 농촌을 걱정해 보기도 하고,
정책의 갑갑함을 안타까워해 보기도 한다.

이적지 불러오던 '대통령 당선자'라는 말도 '놈者 字'가 싫었는지 '당선인'으로 부르는 존경스런 님이 대통령이 된 모양인데, 과연 얼마나 한미FTA 같은 일에 적극적일는지 두고 볼 일이다.

핏빛 마른 고추를 말리는 심정이나, 시골 도로에 황금빛 이삭을 가득 말리고 있는 그의 심사를 내사 헤아릴 길 없으나, 온 몸이 몸살날 지경으로 땀을 흘리고 고집스레 일해야 하늘이 주는 황금빛 곡식을 얻을 수 있음을 온몸으로 배워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