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선생님의 다산 맑게 읽기

다산어록청상 ㅣ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다산 정약용은 유명하다. 올해는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서 왜 유명해 졌을까를 궁리해본 일이 유난히 많은 듯 싶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김연아나 박태환이다. 이명박보다 훨씬 사랑스럽다. 왜 그들은 유명할까? 박세리도 가도 박찬호도 간 마당에서... 그 이름들은 모두 허명이 아닐까?

정약용의 진면목을 보기는 박지원을 읽기만큼이나 어렵다.
박지원의 글은 양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지만, 정약용의 글은 우선 양적으로 지나치게 많다. 그것들이 모두 한자로 적혀 있으므로 다산 정약용의 글을 읽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정민 선생님이나 박희병 선생님같이 한문에 능통한 이들의 읽는 법을 뒤따라 가 보는 것이나마 고맙게 여겨야 할 따름이다.

정약용의 글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경세, 수신, 처사, 치학, 독서, 문예, 학문, 거가, 치산, 경제의 열 분야로 나누어 몇 편의 글들을 풀이해 두었다.

후루룩 읽으면 그게 그거 같은 말들로 가득하다.
곱씹어 읽고 싶은 대목을 정해서 몇 번 읽는 일로 고전 읽기의 독법을 세울 수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수업 시간에 고전을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은 평생 한 번 읽고 지나가는 글일지 몰라도, 나는 매년 문제집 같은 곳에서 좋은 글들을 만나 몇 차례나 곱씹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만난 '수오재기'같은 글도 그런 글이다.
세상에 지켜야 할 것은, 정말 잃기 쉬운 것은 <나>만한 것이 없다.
그리하여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서재를 지음에 현판으로 걸어 두었단다. 이런 글을 문제집에서 만나는 일은 정말 종요로운 일이거늘, 아이들은 이런 글의 배움을 다하지 못하고 다음 글을 만나러 떠난다. 여관 주인처럼 이웃집으로 전전하는 아이들의 배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시경강의 서에 나오는 독서법도 유익하다.
책을 읽는 것은 뜻을 구하기 위해서다. 뜻을 얻지 못한다면 날마다 천 권을 독파한다 해도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나 글자 뜻의 훈고에 밝지 않으면 뜻은 이로 인해 가리워진다.

전체적인 뜻을 구하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지만, 단어의 뜻이나 그 쓰임새에 밝지 못해서는 뜻을 구할 수 없다는 교훈이다.

도산 선생의 글을 얻어서 곱씹어 읽으면서 '도산 사숙록'을 지은 다산 선생을 본받아 '다산 사숙록'을 남긴 것이 정민 선생님의 책이다.

휘리릭 읽어버리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책이다. 부디 한 편이라도 '개인적으로 심사숙고하는 사숙[私淑]'의 글을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