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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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지난 4월 별세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구를 떠나게 된 영혼으로서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커트의 글을 읽노라면, 마음 속의 모든 장애가 스르르 사라진다.
국가조차도 장애가 되지 않는 그의 글은 역설적으로 국가가 얼마나 많은 악을 저지르는지를 말한다.

알코올, 니코틴보다도 중독성이 더욱 강한 <화석 연료>에 대한 탐닉과 그 비극적 결말에 대하여 그는 '폭력적인 범죄의 근원'이라고 일갈한다. 부시! 너는 화석 연료 중독증에 빠진 줄이나 알고 있냐?(50)

미국의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블루스란 음악으로 영혼의 깊이를 드러냈음을 그는 사랑한다. 미국의 거만함을 대조적으로 비판하면서도...(72)

국민건강에 돈을 쓰면 인플레가 발생하고, 무기에 수십억을 쓰면 인플레이션이 감소하고, 비상시의 수소폭탄이 인류의 안전과 후손의 행복에 기여하고,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하고, 기업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 체제면 충분하다. 맞는 이야기다. 자유시장은 자율적 사법 체제다. 맞는 이야기다... 이는 전부 농담이다. ㅎㅎㅎ(86) 커트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커트칼로 썩은 자들의 심장을 도리는 장면을 꿈꾸는 판타지의 오르가슴을 느끼게하는 일이다.

마크트웨인은 생애 말년에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세계대전도 보기 전에... 위대한 영혼이다.(89)

조지 부시 주변에 C학점 상류계급 학생을 끌어모았더니 하나같이 1) 역사지리를 전혀 모르고 2) 백인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 이른바 기독교조이며, 4)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란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심한 것은 돌대가리이기 때문이다. 나사가 풀린 미치광이이기 때문이다... (99) 통쾌하다.

어떤 좋은 소식이건 끝이 있다. 우리 행성의 면역계는 인간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104) 인간은 정말 보기싫은 종자다. 동감이다.

'신비한 이방인'에서 마크 트웨인은 그 자신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킬 정도로 확실하게, 이 지구와 '빌어먹을 인간'을 창조한 것이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의심이 든다면 조간신문을 읽어보라. 어떤 신문이든 상관없고, 어떤 날짜든 상관없다. (111) ㅎㅎㅎ 정말 신문에 새로운 것 없고, 빌어먹지 않을 기사는 없다. 특히 삼성 같은 재수없는 말 때문에 기분 나쁜 일도 많다.

지구는 우주의 정신병원 같다. 오늘날 하느님이 살아있다면... 하느님은 무신론자가 될 것이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116) 슬프지만 그의 유머는 위트로 빛난다.

우리는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가지고 온갖 열역학 소란을 피우면서 그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독성 물질로 생명이 살 수 있는 하나뿐인 행성을 죽이고 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미쳤다는 증거다. ... 지구는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너무 늦은 것 같다. ... 아름다운 지구여, 우리는 그대를 구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속악하고 게을렀도다...(119) 이쯤되면 슬픈 유머다.

커트의 글을 이제 그만 읽어야 한다는 일이 슬프지만, 그의 이야기들을 더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느님과 함께 어디서 놀고 계실 그이에게 보낸다. 받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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