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돼지... 는 쉽게 번식하고, 살이 많으며, 아무 거나 먹이기 때문에 농가에선 다들 길렀다. 도살은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으며, 쉽게 얻어다 기를 수 있는 종목이었다.

이 책은 성장 소설이면서도, 일어난 사건보다는,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거나 역설적이게도 생명,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님을 읽어주는 책이다.

팔이 잘릴 뻔 하면서도, 암소의 목구멍에서 종양을 떼어낸 용기.

가련한 후시는 족제비와 통 안에서 싸우다 숨이 넘어간다. 이를 본 소년, '후시야, 인간은 모두 다 멍청이 바보야. 하지만, 넌 아주 용감했어.'... 인간 중심, 인본주의의 르네상스가 동물을 죽이는 일에 기여했다면, 이 책은 거꾸로 가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을 담고 있다.

어차피 죽는다는 건 더러운 일이야.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도살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아버지의 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삶과 죽음은 모두 더럽고 추한 일에 불과하다는...

아빠처럼 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안돼, 로버트, 나처럼 되면 안 돼. 학교를 다녀서 읽고 쓰는 법을 배워야해. 그래서 새로운 방법으로 과서원의 벌레를 잡아야 해.'
'화학 약품을 써서요?'
"그래, 화학 약품. 그리고 농사일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해야해..."

어쩌다 노동보다 먹물이 더 우위를 점한 세상이 되어버린 건지...

<성실하게 노동한 냄새가 나는> 아버지는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거늘...
엊그제 해콩샘 글에서 읽은 노영민 선생님의 월급 봉투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난다.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부끄러워해야할 일에 당당하게 뻗대는 꼬락서니는 너무도 추하기만 하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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