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서양사 - 남경태의 역사 오디세이 3부작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5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 역사를 읽는 일은 '인물'을 읽는 일일까? '사건'을 읽는 일일까?

남경태는 전문 역사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적으로 그것만을 공부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사람과, 이런 저런 생각들로 가득해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 사이에는 보는 시선의 차이도 생길 수 있고, 사건을 다르게 읽어내는 눈도 배울 수 있다. 사람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클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역사서를 써대는 남경태를 역사가라 아니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좋아 팽창이지 실은 전쟁이다... 중상주의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글을 역사서에서 읽는 일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의 역사라는 사소한 역사의 분편을 다룬 것임에도 그렇게 재미를 준 것은 그의 이야기가 체화된 그것이었기 때문이란 이유도 크지 않았을까... 하고 느끼는 나는... 한국에도 그와 같은 역사가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이덕일의 작업도 재미있는 작업이지만, 남경태의 작업도 기대가 크다.

남경태의 서양사를 읽으면서, 비잔티움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건과 사람의 중심에 가까이 서 있으면서도 마치 까치밥으로 몇 개 남겨둔 감처럼 고향같은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과 사람들은 모두 '현재'를 살고 있었던 것이니까, 고대-중세-근대-현대라는 축이나 뿌리-줄기-꽃-열매라는 비유는 모두 틀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에게 물어본다면, 현대를 인간이 활용하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열매'로 여기는가에 대한 질문에 엄격하게 도리질을 칠는지도 모를 일 아닌지...

현대를 사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사는 인간에게 과연 '역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건'들 속에서 살아온 '인간'들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하루를 사는 일은 결코 이 무거운 서양사 한 권을 읽는 일보다 가볍지 않다.

지은이가 더 나이 들면, 더 깔끔한 필력으로 중학생들이 읽을 만한 서양사를 집필할 힘을 얻기를 기대한다. 솔직히 이 책을 독자에게 들이미는 일은 역사를 너무 무겁게 들이대는 일이 아닐까? 날조된 역사서나 희화화된 야사에만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서양사만이 전쟁사인 것은 아니겠으나, 동양의 역사에 비한다면 전쟁사의 측면이 훨씬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경태가 왜 비잔티움에 관심을 갖는지를 생각하였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나도 좀 관심을 가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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