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
윤수종 외 지음 / 이학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을 읽으면... 한국 사회의 척박한 역사가 맨살로 드러나 쓰라리다.

원래 극빈자는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싸움에서 비겁하게 가진자 편을 들게 된다.
조선처럼 양반과 쌍놈의 대립에서 쌍놈은 늘 양반의 편이 되도록, 그게 윤리에 맞는 일인 듯 가르쳐 온 것이 문화 아닐까.
그렇지만 조금 살게 되면, 조금 사는 사람들, 시민 사회의 부르조아 같은 중산층은 너그럽게 못가진자를 응원한다.

그러나... 이것은 꼭 얼마나 가진 나라인가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사회가 겪어온 역사가 얼마나 민중의 그것이었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처럼 왕의 모가지를 자르고 피를 통한 중산층의 세계로 진입한 국가와,
한국처럼 아직도 대통령을 왕으로 착각하는(얼마 전 읽은 유시민이 그랬다. 그 잘난 체하는 유시민이...) 그리고, 서민 주제에 중산층이라고 착각하는, 불과 얼마 전까지 최빈국에 처했던 국가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을 듯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수자는 성적 소수자, 성매매 여성 연대, 이주노동자 운동, 장애여성 운동, 수형자의 저항, 넝마공동체의 변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운동... 들을 살피고 있다.

홍석천의 커밍 아웃으로 '커밍 아웃'이란 단어를 처음 접할 정도의 나라. 하리수를 성상품 이상으로 보지 못하는 나라. 중,고등학교에서 남녀를 분리한 남녀칠세부동석의 윤리가 아직도 사회를 짓누르는 사회, 여자대학도 인기가 좋고, 남자들끼리 뒹구는 군대란 사회가 지배이데올로기가 되는 날...

한국에서 성적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하기는 '왕따'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만큼 성에 관해 민감하고 폭력적인 사회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실태는 매체에서 접할 때마다 무섭고 두렵다. 아직도 구석구석 남아있는 베트남 처녀 인신매매에 대한 쪽지들이 한국을 부끄럽게 하는 것인데... 방송에서도 부끄러운 일을 부끄럽다고 하지 못한다... 미녀들의 수다에 베트남 여자들은 없으니깐... 거긴 '바나나 되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라의 못생긴 여자들만 있으니깐... 방송의 차별은 너무도 모욕적이다. 어쩌다 이주노동자가 나와도 거기엔 평화와 즐거운 노동이 있고... =3=3

병역 거부도 얼마 전에 대체 복무 인정으로 판결이 났는데...
분단 국가의 병역 문제는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종교적 이유로 어려서부터 공무원을 대학 교수를, 대기업 사원을 포기해야하는 재능있는 아이들의 눈물을 보면... 분단 국가의 '헌법에 등장하는 자유'는 모두 '수사'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소수자 문제... 소수자 운동...
어제 한국의 천오백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민노총, 전국 농민 등이 서울 시내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언젯적 이야기처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대회 참가를 막고, 애초에 불허한 서울 시청 앞은 경찰차로 도배를 해 버렸다.

1%가 52%의 땅을 차지한 나라에서,
천 오백만 노동자는 소수자이다.
5%가 85%의 땅을 차지한 나라에서,
나머지 95%는 15% 땅을 쪼개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똥개들이고, 철망 속 원숭이들이다.

대한 민국은 '소수자의 나라'다.
상위 10% 정도, 먹고 살다 죽는 일에 걱정 없는 넘들은 '다수자'가 되어 횡포를 부리고,
나머지 하위 90%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루하루가 걱정인 '소수자'가 되어 살기가 어렵다.

그 소수자의 '공화국'도 아닌 '왕국'에서 소수자는 인권도 투표권도 없다.
소수자가 진정한 투표권이 있다면... 왜 민주노동당이 왕따당이 될까?
진정한 투표권은 '공화국의 공교육'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노동당'을 두려워하는 교육을 받은 '소수자'는 가진자들의 '한나라당'이 가진 아름다운 무지갯빛 이념의 세례를 받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소수자 왕국의 소수자... 그 인권 찾기의 지난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마음아프다.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인터뷰' 처럼 생생한 의견들을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을 한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들은 재미도 없을 뿐더러, 독자를 늘리고 이해를 넓히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책들도 없는 수준이니, 이런 의견들을 묶는 것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이 분야는 척박한 것이기도 하겠지.

소수자들의 작은 목소리가,
결코 우리가 소수자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큰 목소리가 된다.
아직, 한국 사회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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