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활자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살다 살림살이가 팍팍할 때, 만사 제치고 휘~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니면 삶 자체의 의미를 찾으러 자기를 만나는 떠남을 갖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을 '여행'이라 한다.(아이들을 인솔하는 수학 여행은 솔직히 고행이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여행에다가 '생활'을 턱하니 붙여버렸다.
생활의 반대쪽에 여행이 있고, 생활에 진력이 나면 여행으로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것이 예사 생각일진댄, 여행생활자란 역설의 어휘 덩어리는 과연 성립이 가능한 것일는지...

지은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중국의 윈난성 같은 험한 곳들이다.
고산 지대도 많고, 문명의 세례와는 거리가 먼 그런 마을들이다.
거기엔 아직도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도 하지만,
전쟁이나 내전으로 삶과 죽음이 정말 종잇장 한 장 사이인 사람들도 있다.

찐드기이...란 말이 삶, 생활이란 뜻을 가진 지역도 있는데, 시골 여행을 하면서 진드기에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자주 듣던 말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마스테'에 대해 생각한다.

나마스테... 당신 가슴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합니다.

이 나라에는 수천 수만의 신들이 있지만, 그래도 그대가 모시는 신을 존중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밀알'을 심겠다고 들이대는 인종들은 그야말로 악마중의 상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사람처럼 여행이 생활 자체가 되어버린 삶을 생각해 보면,
사실 무상하기 그지없는 순간에 불과한 우리 '생' 자체가 짧은 꿈같고 물거품같은 여행이 아니던가.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꿈같고, 환상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같고, 이슬같고, 그리고... 번갯불같은 이것이 인생일진댄...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고 한 산정 무한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의 사진과 차분한 발걸음이 마음을 끈다.
그의 글이 좋은 것은, 그의 글에선 집착이 묻어나지 않는 것도 있고, 날짜 같은 기록이 없어서 삶의 하루하루에 낑낑거리고 매달리지 않는 듯해 좋았다.

기행문을 읽으면서 이 짧은 인생에 뭐 하나 남기려는 듯이, 날짜 적고 사소하게 본 것들, 만난 사람들 이름 다 적고, 여관 이름도 소소하게 기록하는 이런 것 읽으면 짜증났던 기억이 있는데, 이 글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처리한 느낌이다.

사진도 시원스런 설산들을 잘 드러내 줘서 좋은데, 사진의 맛을 감상하게 하려하다보니 책이 지나치게 좋은 종이 질을 필요로 하여 무거워졌다. 삶의 가벼움에 비한다면, 너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냐... 체지방이 지나치게 많음은 건강의 적신호렷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