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넘기는 남자
이청해 지음 / 문이당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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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와 이번 주에 피아노 연주회를 두 번 갔는데, 갈 때마다 혼자 생각한 것이 있다.
연주자 옆에서 없는 듯 있는 사람, 조명의 핵심에서 빗겨난 곳에 있으면서 악보에 연주자만큼 몰두하여 쳐다보는 이, 그이만이 그 악보를 연주자와 나눌 수준이 되는 것이면서도, 연주회장에는 연주자와 관객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악보 넘기는 사람이 조금 궁금했던 것인데...

우연히 도서실에서 악보 넘기는 남자란 소설을 찾아서 딱, 그 단편부터 읽었다.
작가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 걸 보고 혼자 빙긋이 웃었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해서...

이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역시 악보 넘기는 남자다. 악보 넘기는 남자의 삶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그에 대해 추측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 악보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하면서, 각광받지 못하는 초라한 직업이지만, 그는 말한다.
"난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직도 내가 음악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안도해. 거기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뻐."

정말 음악에 대한 사랑만이 일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나날들을 버티게 하는 것일까?
정작 그 이들은 힘들어하는 프리랜서들이 아닐까?(프리랜서는 한국에서 비정규직보다는 실업자의 수준에 더 가까운걸...)

살다 보면, 세상 일이 뭐 하나 제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인생은 정말 공평하지도 않다는 불만이 들 때가 많다.
노력하는 이보다는 부모를 잘 만난 이가 잘 나가게 마련이고,
인생을 편안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 부모의 재산이거나 남편의 직업이거나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세상은 공평하기도 하다. 누구나 꼬박꼬박 늙어 가고 초라해지니까... 그만큼 보잘것 없어지고, 돈으로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되니깐...

이런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풀어낸다.

'은산'이란 이상향을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게 그의 이야기는 언뜻 '은산'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소설. 중년에 접어든 이들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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