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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ㅣ 창비시선 238
문태준 지음 / 창비 / 2004년 8월
평점 :
문태준의 시에는 정치가 없다.
달리 말하자면, 사람들의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거기엔 구린내나는 돈이 오가는 인간사말고, 객체화된 사람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하지만
뻘밭에 조용히 모래를 삼키고 내뱉는 모시조개처럼 느릿한 삶들이
안달복달하지않고 묵묵히 기어간다.
속도감도 없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면, 수직운동하는 엘레베이터와,
키를 꼽아 회전운동을 하면 피스톤이 상하운동을 하고, 크랭크 축은 다시 그 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어, 자동차 바퀴를 회전하게 만들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다시 조금의 평행운동으로 걸어 출근을 하는,
그 속도감의 '기계적 움직임'이 그의 시엔 없다.
그의 시엔
무논에 써레가 지나간 다음 흙물이 제 몸을 가라앉히는 동안
그는 한 생각이 일었다 사라지는 풍경을 보는...
황새의 멈추어진 발걸음... 같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 논에서 난 곡식들을 팔 수가 없어 담배만 피워무는 농부의 한스런 가슴같은 건 여기 없다.
그의 시에 가득한 회상들과 추억들은 오직 '운동' 투성이인 인간의 삶을 수십 년 거꾸로 되돌린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면 온통 움직임과 속도감으로 뒤엉켜야 하는 이 인생사에서 그의 시는 비로소 벗어난다고나 할까.
그래서 맨발인 것인지...
2004년이면,
온통 세상이 뒤집어질 듯 시끄럽고
옳고 그른 것들이,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이,
더러운 것들과 그 더러운 것들을 욕하는 더러운 것들이,
또 더러운 것들을 욕한다고 더러워진 것들을 본질적으로 더럽게 생각하는 더러운 것들의 이야기로
썩은 내, 구린내를 풍기던 해였는데...
그의 시에선 그런 인간들이 퇴출되어 버린 건지,
아니면 모시 조개의 촉수로 느끼기엔 그넘들의 구린내들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는데,
그는 스스로 모시조개가 뱉어 놓은 모래알 같은 시들이라 하고
손으로 쓸어모으기만 해도 입 안이 깔깔해진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