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극빈자 우룽이 쌀집의 실권을 잡고, 뒷골목 화적떼의 힘을 거느리고, 몰락하기까지...
이런 것들은 중국의 현대사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면서도, 중국 현대사를 진실에 가까이 형상화한 글들이 아닐까 싶다.
쑤퉁은 역사 속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삶과 죽음의 항해를 헤쳐나가야 하는 인생사를 그리지 않는다.
그는 철저한 '인생주의자'라고나 할까.
이것이 인생이다...를 보여줄 뿐, 거기엔 민족이나 국가란 것들은 없다.
마치 하나의 사고 실험을 읽는 듯한 소설이었다.
그런데도, 소설을 펼쳐들고 나면, 쑤퉁의 수렁 속으로 수~~ 욱 빠져들고 있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소설은 이미 막바지로 치닫는다.
인간에게 무엇이 있나?
인간이란 건 결국 이성에게 탐닉하고, 상대방을 해코지하려는 마음과 내 이익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가득한 이런 존재들 아니냐?
이런 생각을 우룽과 그 쌀집 일가를 통해 비춰주는 본격 인간성 조명 심리 소설 비스므레한 소설이다.
악을 창조한 쑤퉁의 의도가, 중국의 역사에 비추이면서 가슴이 저리다.
리뷰를 적는 도중에 지인의 별세 소식을 듣다.
사는 건, 인생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