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골 아이 ㅣ 보리 어린이 13
임길택 지음, 강재훈 사진 / 보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별이 될 때가 있단다/ 임길택/ 1997.11.27
제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갖고 싶어하는 동무에게 아무도 몰래 슬쩍 건네주고
잠든 밤엔 저도 몰래 별이 된다는구나
일소처럼 순한 짐승들 눈을 들여다보며
그 맑은 눈, 그 맑은 마음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잠이 든 밤에도 별이 되어 하늘에 뜬다는구나.
우는 동무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울고
길모퉁이에 외로이 서있는 나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는
밤마다 밤마다 별이 되어
세상의 평화를 노래한다는구나.
아이들만이 이렇게 별이 될 때가 있다는구나.
아이들 곁에서 살다 간 임길택 선생의 가을 시다.
별을 바라볼 줄 아는 시인은 드물다. 아이들을 별로 볼 줄 아는 시인도, 교사도 드물다.
우리 곁에서 이런 시를 남겨 줄 줄 아는 이를 만난 것도 행복하고 고마울 일이다.
산골 아이들은 가난하고 입성도 사납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500원 준다고 해도 개구리를 잡아다 주지 않는 순수함이 있고,
옥수수를 타기는 (터는) 노동을 하면서도, 우리 나라에 이 일을 하는 아이는 저 혼자뿐일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남들이 안 해 본 이런 일들을 한 사람들이 옛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 들으며 새세상 아이들 꿈을 꾸며 자랄 것을 꿈꾸고,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 겨울이 하나도 춥지가 않은 장작가리를 볼 줄 알고,
기어다니는 아이를 방안 문틀에 매어 놓고서 품팔러 간 할머니 마음 헤아릴 줄 안다.
소나기 내려 고추밭에서 고추바구니 그대로 두고 부랴부랴 달려내려와보니 이웃집 눈먼 할매 우리 장독 뚜껑 모두 덮어 놓은 감동의 장면도 거기엔 있고,
여름 달밤, 고운 노랫소리에실린 공장에 와 있는 인도 오빠들의 고향생각하는 노래같은 눈물고일 달노래도 들린다.
필통을 깨뜨렸다고 돈으로 달라는 짝지에게 싸움도 두렵고 돈도 없는 아이는 기가 죽어 학교에 가는 길에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머니와 말다툼한 할머니가 오랜만에 오셔서 매달리는 아이에게 "너 할머니 안 계실 땐 할머니 좋단 말 한 마디도 안 했잖아." 하고 어머니 지청구하니, "할머니 얘기하면 엄마가 싫어했잖아요." 아이의 대답은 그냥 폭포수고 진리다.
산골에 살아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 져도 아이들이 미래다.
온갖 종교가 엄숙한 말을 내뱉아도 세상은 점점 추악해지기만 한다.
이 더럽고 지저분해가는 세상을 맑힐 것은 오로지 아이들의 마음과, 그것을 읽어 우리에게 전해줄 줄 아는 임길택 선생님 같은 이들의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