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이 힘찬문고 10
임길택 글, 유진희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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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길택 선생의 창작 동화집.

이 속엔 시골에서 순박하고 없이 살지만 마음은 가난하지만은 않은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영위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이미 와버린 도시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꼭 도회지에 산다는 일이 좋게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1부에선 폐교가 되면 사라질 '꽃산길'을 바라보는 예쁜 마음
농사짓기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을 그린 '아버지와 양파'
제기차기에서 느껴지는 순박한 아이들의 마음과 우리가 잃어버린 놀이의 목적인 즐거움
딸부잣집 은경이네 이야기들이 다글다글 틀어앉은 석류 알갱이처럼 예쁘고 소박하게 벌여져있다.

2부는 소설보담은 교사일기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영심이, 금주, 혜숙이는 모두 시골 학교에서도 적응하기가 힘든 아이들.
아이들과 사이가 틀어지고 아이들을 자꾸 혼내게 되는 자기 모습을 돌아본다.
'가르침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란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교육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런 말 자주 하는 교장치고 훌륭한 사람 아무도 없다.
좋은 관리자나 선배는 힘들어할 때, 그저 툭 치면서 다 그래, 라고 해 주는 사람들이다.
'가르침에 얼마나 애증이 얽혀드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준 사랑만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교직은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길임을 임선생님은 잘 쓰고 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잘 따르던 아이들보다는 엇나가던 아이들이 가슴에 켜켜이 들어차 있다.
좀 모자라서 눈에 밟히던 아이들, 이름으로 불러주지 못하던 많은 아이들이...
그러면서도 앞자리 여선생님에게 빠락빠락 대들고 말대꾸하는 삐딱한 고삐리를 보면 한숨이 포--옥 나온다.

조금 긴 중편 정도의 '수경이'가 3부인데,
시골에서 자라는 영심이의 생활을 잘 그리고 있다.
영심이의 생활은 편하고 즐겁지만은 않지만 살면서 느껴야할 감정들을 느낄수 있기도 하다.
사실, 내가 농촌활동을 갔던 80년대 중반에도, 농촌 여중생들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마산의 섬유 공장으로 취직을 갈 정도로 이 나라는 가난했던 나라다.
가난한 농촌, 은 여전하지만,
이젠 아이들도 없는 농촌이 되어 버렸고,
추곡 수매라는 말도 없어져 버린 지금, 농사를 짓는 일은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죽지 못해 사는 일에 가까운 일이 되어벼렸다.

아, 임길택 선생님이 살아 계셔서 이런 이야기들을 더 더 많이 써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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